‘우리시대, 우리신학을 말하다’를 주제로 11월 15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니콜라오홀에서 연 심포지엄에서는 ‘우리신학’ 활동과 평신도 운동의 전망, 공동체 신학 구성을 위한 방법론적 시론 등이 논의됐다.
연구소는 이 심포지엄에 앞서서는 신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20주년 기념 지역 순회 행사’를 열고 2014년 한국 평신도의 자화상을 주제로 소통에 나선 바 있다.
김항섭 이사장은 이날 심포지엄 인사말을 통해 “평신도가 신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한국교회 분위기 안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운영됐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스무 돌 성년이 되는 나이를 맞아 이제는 사회와 교회를 향해 연구소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낼 뿐 아니라, 창립 당시의 초심을 잘 살려가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고 독려했다.
특히 성염 우리신학연구소 전 이사장은 ‘평신도 신학운동 20년, 그 회고와 전망’에 대한 기조강연을 통해 “신도 신학의 진로는 ‘사회복음화’”라고 밝혔다. 이어 “각국 주교회의와 전국 평협, 각 본당 평협에 ‘사회복음화위원회’를 설치해 대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발언과 신도들의 활동을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성 전 이사장은 “미래의 ‘신도 신학’은 ▲제관과 신도로 이원화된 소명의식에서 예언직 카리스마로 ▲성당 안 ‘웰빙종교’를 위한 평신도사도직에서 ‘밖으로 나가는’ 국민사도직으로 ▲정치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경제독재와의 투쟁으로 ▲사회적으로는 배제와 폐기의 약육강식 논리에서 통합과 소통의 논리로 ▲지도적 신도들의 사생활에서는 ‘번영의 문화’에서 ‘가난의 영성’으로 진로를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항섭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은 ‘탈식민 비판과 우리신학’ 주제발표에서 “우리신학의 지향은 평신도성, 실천성, 공동체성, 탈식민성으로 집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각 특성들을 이야기하려면 우리 사회나 교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이고 이론적인 성찰이 전제돼야 하고, 이러한 성찰을 위해 탈식민 담론이 일정 정도 적합성과 유용성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평화연대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제 평신도 운동은 ‘천주교에서 사회운동을 한다’는 의식을 넘어서, 복음의 눈으로 현실을 보고 그것에 투신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복음과 교회가 배우는’ 해석학, 이러한 운동의 해석학을 정립해 나가는 노력을 경주할 때”라고 밝혔다.
또한 “평신도 신학자와 활동가는 모두 기도하면서 활동하는 ‘관상적 활동가’가 됨으로써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시대의 징표에 응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 인터뷰 -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
“신자들 의식 변화 위해 노력할 것”
▲ 경동현 소장
(사)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소장은 “쇄신에는 지름길이 없다”며 “신자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연구소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 신자 눈높이에 맞는 신학적 해설과 양성 등을 도와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 소장은 지난 20년간 연구소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현실 문제점 진단은 넘쳐나는데 실천이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연구소가 펼쳐온 대표적인 사업으로 교구 및 본당 진단 등의 사목 컨설팅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조사 및 진단 결과를 실제 사목현장에 적용하는 사목자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게다가 실천을 통해 변화하고자 나서는 평신도들도 턱없이 부족했다.
경 소장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개개인이 교회 안팎에서 맞닥뜨리는 현상 등을 신학적으로 곱씹고 의미를 밝혀, 구체적으로 실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연구소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현상을 밝히고 실천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넘어서, 깊이 있는 의미해석과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과정은 이른바 평론지 형태의 매체 등을 통해 실천할 계획이다.
연구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추진하는 기획 중 평신도 신학자 및 연구자 네트워크도 관심을 모은다.
경 소장은 최근 연구소 운영위원 등은 “역량 있는 평신도들이 실제 관심 분야 및 교회 안에서 의제를 만들어내고 여론을 끌어가는데 동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며 “연구 활동을 연구소 안으로만 집약하기보다 교회 안팎으로 넓혀 학회 등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경 소장은 “하느님 체험을 보다 쉬운 말로 풀어내는 작업을 올바로 실현해야 연구소 활동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의 하나로 홈페이지 개편과 SNS 등을 활용한 소통 등에도 힘을 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우리신학연구소는…
‘모두 함께하는 신학’ 위해 설립
“우리는 스승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신바람 나는 공동체를 살아가고, 지금 여기 우리의 하느님 체험을 쉬운 말로 풀어낸다.”
(사단법인)우리신학연구소의 ‘사명선언문’이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지난 1994년 젊은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한국교회 내 대표적인 평신도 연구소이다. 1990년 평신도들이 창립한 ‘가톨릭청년신학동지회’와 ‘우리신학연구실’은 연구소의 전신이다.
당시 젊은 평신도들은 “신학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분야이지만, 신학자들이 체험 없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에 착안, ‘우리신학’을 하는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 신앙인들이 겪는 문제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거기에 드러나는 하느님 체험을 쉬운 말로 풀어낸다는 취지였다. 연구소가 밝힌 ‘우리신학’의 의미는 “성직·수도자들만이 아니라 신자 모두가 함께하고, 지금 여기 우리 운동에 대해 성찰하고, 교회 공동체로서 이뤄가는 신학”이다.
특히 연구소는 삶으로 증거하지 않으면서 선교할 수 없듯이, 대안 없는 문제 제기로는 교회가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국 상황에 맞는 교구와 본당 사목 모델 연구를 실시하고 ‘함께하는 사목’에 힘을 싣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개별 연구원들의 연구 지원 뿐 아니라 다양한 심포지엄과 포럼, 토론회, 영성모임, 배움터와 강좌 등을 꾸준히 열고 있다. 그중 ‘어울림 강좌’는 각 본당과 기관단체 등을 직접 찾아가 맞춤식으로 펼치는 신자 재교육 및 본당 사목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은다.
또 아시아평화연대센터도 운영하며, 아시아 신학포럼은 물론, 아시아 청년 그리스도인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기점으로 연구소는 이 ‘아시아 청년 아카데미’ 활동을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학술지 ‘우리신학’과 신학총서, 종교간대화 총서 등의 발간도 연구소가 실천하는 몫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우리신학’ 운동의 저변 확대와 평신도 신학자 양성, 사목 주체로서의 평신도 의식 회복 등에 힘을 실어왔다. 또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대응에서 나아가 이웃 종교와의 대화 및 협력 증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가 지향하는 교회 쇄신의 여정이 성과를 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연구소 설립 직후 실시한 한국천주교여성의식조사는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 실시돼 사목현장 곳곳에서 활용됐지만, 이후 추세 조사 성격의 설문조사는 열악한 연구 환경 등으로 인해 지속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신학연구소는 2014년 7월 현재 평신도 134명, 사제 44명, 단체 21개 회원들의 출자로 운영 중이다. 연구소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정적 지원으로 인해 실제 연구소는 해마다 존폐 위기를 거쳐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기점으로 신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펼치며 ‘우리신학’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