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입학하며 골수 채취
9세 아동에 첫 이식… 나눔 체험
2만 명 중 1명 일치 확률 ‘기적’
“세 번 기증 기회, 하느님 이끄심”
▲ 계산본당 부주임 박원빈 신부.
세 번째 골수기증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한 사목자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내달 세 번째 골수기증을 앞둔 대구 계산본당 부주임 박원빈 신부다.
사연은 이렇다. 1998년 신학교 입학과 동시에 박 신부는 전체 신학생들과 함께 골수를 채취했다. 그리고는 그 사실을 잊고 지냈고 시간이 흘러 군 복무까지 마쳤다. 그 후 받게된 한 통의 전화는 박 신부에게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서울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은행입니다. 학사님과 골수가 일치하는 환자가 있습니다. 학사님께서 골수를 기증해주시지 않으면 이 환자는 죽습니다.”
이 말 한마디에 박 신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무사히 당시 9살의 ‘아우구스티노’에게 골수를 이식시켰다. 몇 개월 후 아우구스티노 어머니로부터 편지 한 통과 작은 선물을 전해 받았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아들을 대신해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뜻이 적혀 있었다.
나 자신을 나누어 한 생명을 살린 첫 경험은 박 신부에게 사제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큰 버팀목으로 존재했다.
이러한 나눔을 ‘우연의 일치’로만 생각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골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증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이식받고자 한다면 기증자와 골수가 맞아야 한다. 대략 2만 명 중 1명이 일치한다.
세 번씩이나 골수기증 기회를 얻은 박 신부는 “하느님의 이끄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박 신부는 “이번 세 번째 기증에 나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골수기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제가 경험 했듯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엄청난 은총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생명 나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어 보지 않겠습니까?” <박원희 기자>
■ 한국인 4명 살린 외국인 근로자 태국인 故 사라윳씨, 뇌사 후 평소 뜻 따라 장기기증
경북 첫 외국인 장기기증 사례
낯선 땅에서 사랑 실천 ‘감동’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고 떠난 한 외국인 근로자의 희생이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센터장 최동락 교수)에 따르면, 기증자는 경북 칠곡군 인근 전자부품업체에 근무하던 태국인 고(故) 사라윳(31·남)씨. 외국인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한 사례는 지역 최초다.
평소 기증 의사를 밝혀왔던 사라윳씨는 지난 11월 1일 허혈성 뇌손상에 의한 뇌사판정을 받았고, 가족들은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대사관 및 한국장기기증원(KODA)을 통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에 사라윳씨의 간과 신장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어린이 말기신부전 환자와 간경변증 환자 등 4명에게 이식됐다.
장기이식센터장 최동락 교수는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2만 6000여 명에 이르지만 한해에 실제 이식을 받는 환자는 이 중 10%를 조금 넘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헌신적인 결정을 해준 사라윳씨와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한국장기기증원(KODA)과 협력, 장기기증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기증자 이송 및 관리를 해오고 있다. 특히 센터는 지난 2003년 첫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래 현재 생체 간이식 346례, 뇌사자 간이식 123례를 포함, 간이식 469례를 달성했으며, 지역 간이식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