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서적읽기 운동이 아니면 이런 책들을 어떻게 만나겠어요. 지금 당장 읽지는 못하더라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책장 한 곳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신심서적들을 바라볼 때마다 박윤자(아녜스·54·청주 구룡본당)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학교 일에 본당 일에 정신없이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지만 책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늘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고 있어요. 책을 음미하듯이 읽는 것은 꿈도 못 꿔요. 방학하면 그때나 마음잡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죠. 다만 중요한 것은 제가 손에서 책을 놓지는 않고 있다, 이거 한 가지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해주신다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박씨는 자신이 느낀 바를 본당 신자들에게도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본당 게시판에 매달 선정도서 안내문을 붙이고, 본당 신자들에게 부탁 받은 책들을 한꺼번에 주문해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본당 성전 신축 문제로 잘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독서모임의 장도 맡고 있다.
“사람들이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해요. 아무 때라도 뽑아서 읽을 수 있으니까. 설령 다 못 읽는다고 할지라도 100권을 다 채워놓으면 평생 보화로 여길 수 있으니까요.”
박씨에게는 목표가 있다. 성전이 완공되면 독서모임방을 하나 얻어서 작은 간판도 붙여놓고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하는 것이다. 책을 분석하고 토론하고 하는 모임도 좋지만, 본당에서 차 한잔 하면서 책에 대한 느낌을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독서모임을 한다고 했을 때 부담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정기적으로 하면 시작한 분들은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저희 독서모임도 처음 시작할 때는 6명이었지만 11명까지 늘었어요. 그러다 성전 신축으로 인해 공간이 없어 모임을 정기적으로 못하니 5명으로 줄었네요.”
장소가 마련되고, 정기모임이 생긴다고 해서 독서모임이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구룡본당에서는 ‘정혜엘리사벳회’라는 독서회를 만들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됐던 경험이 있다. 비록 모임은 없어졌지만 당시 독서회에서 느꼈던 좋았던 감정들은 박씨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승용 주임신부님께서 가톨릭신문에서 전에 진행했던 신심서적읽기 운동을 기억하고 계셨다가 추천해주셨어요. 정혜엘리사벳회가 없어졌을 때 아쉬웠던 감정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부담은 됐지만 신심서적 읽기를 시작했죠.”
신심서적을 읽다보면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다는 박씨는 그래서 힘든 때일수록 더욱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은 정말 책을 멀리하기 쉽죠. 그러나 신심서적을 읽어보면 저보다 더 힘든 아픔을 겪은 분들이 그 아픔을 숙성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첫째 자리에 놓고 사시는 분들의 삶을 보면서 신심서적 읽기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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