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6일 정부가 발표한「청소년 문제 개선 종합대책」은 문제 청소년에 대한 책임을 국가와 사회ㆍ가정이 공동으로 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지고있다. 산발적이고 무계획적이며 즉홍적으로 보여지던 종래의 응급조치 요법과는 달리 이번「청소년문제 개선 종합대책」은 날로 심각해져가는 청소년 문제를 입법ㆍ정부기구ㆍ정책ㆍ환경 등 다양한 방법, 다시말해 국가정책적이며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예방ㆍ대처하겠다는등 성의와 노력이 크게 엿보인 대작이란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끌고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범행으로 인한 손해발생에 대해 부모 등 보호자의 감독ㆍ책임을 묻는「손해배상 명령제」등 일부내용들을「글쎄」「과연」등의 의문점을 함께 던져주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 하겠다는 열의와 의지에는 일단 수긍이 간다하더라도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찾아 그 뿌리에서부터 치유하고자하는 노력은 상당히 보족한 부분이있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종합대책의 내용을 살펴본다 하더라도 이번 조처에는 청소년의 50%를 이루고있는 학생들의 교육제도ㆍ환경개선문제가 언급되지 않았고 나머지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 청소년과「무소속」청소년에 대한 대책 또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는 청소년문제의 요인이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 요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볼 때 문제의 책임을 가정에만 돌리려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정부 주도의 종합대책이라는 것 자체가 시행하기 어려운 숙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법제정 등 강력한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기성세대의 의식 생활태도의 변화 및 사회 제반환경의 개선 등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주도적이든 강경책이든「청소년 문제개선 종합대책」은「청소년의 해」를 대비한 땀과 노력의 흔적임에는 틀림없다. 시작이 불완전하더라도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종합대책은 시도자체에 큰 기대를 걸어 봄직하다는게 청소년문제 관계자들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세계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생각하는「청소년의 해」에 한국교회는 과연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한마디로 청소년들의「참여」「발전」「평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청소년의 해」에 교회가 가지고 있는 종합대책은 마련돼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오태순 신부(서울 면목동본당 주임)는『종합대책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청소년사목에 관한「공동지침」이나「연구과제」정도는 한번쯤 시도해 볼 필요가 있었다』면서 교회의 미온적인 태도를 아쉬워했다.
70년대 초ㆍ중반에 걸쳐 서울 가톨릭학생회 지도신부를 역임소위 청소년 세대와 잘 통하던 신부였던 오신부는『당시 청소년 사목연구소 등을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청소년 사목대책을 구상ㆍ추진하려 했으나 여건상 시행이 어려웠다』고 술회하면서『교회야말로 청소년들을 제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성장시킬 수 있는 자원의 보고』라고 말했다.
교회가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있어 가장 적절한 자원의 보고라는 견해는 동성중ㆍ고등학교 교장 박순재 신부도 거의 같았다. 박신부는『교회의 자원은 인력ㆍ재정ㆍ시설등 모든 면에 있어 풍부하다』고 지적하고『본당을 개방, 청소년들을 받아주는 일에서부터 본당 청소년사목은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본당은 상급학교에 갈 수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야학을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당차원에서 어렵다면 서울의 경우 현재 활성화 되어가고있는 10개지구를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입니다』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소속이 없는 청소년들이 설곳을 마련해 주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박신부는『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적인 보살핌이 그들에겐 당장 필요한 자양분』이라고 거듭강조했다.
학교에 적을 두고있는 학생들의 경우도 문제의 심각성은 마찬가지. 서울 1지구 S본당에 적을둔 金씨(44歲ㆍ男)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신심이 돈독한 신자로 소문(?)이 나있는 처지지만 자녀들의 신앙문제만은 자신도 어쩔수가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모범생이며 우등생인 3명의 자녀들이 모두 입시를 눈앞에 둔 처지인 그는『자녀들이 매번 주일 학교에 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힐책도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학교성적도 성적이려니와 우선 입시준비에 혈안이 되어있는 학교분위기에서 낙오되지않으려면 주일학교쯤은 뒷전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이미 청소년을 둔 대부분의 신자가정에서 팽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수가 있다.
10지구 C본당의 李씨(46歲女)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주일미사와 주일학교에 빠지지 않는 큰아들(고2)의 열심을 기특해하던 李씨는 어느날 딸아이인 작은 애의 고자질(?)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내용인즉 오빠가 주일학교에서 만난 여학생과 친하게 지낸다는것.
뛰는가슴을 진정시키고 아들을 조용히 불러앉힌 李씨는 물론 친구로서 건전한 사귐이겠지만, 대학 입학뒤로 미루도록 타이르곤 그래도 못미더워 주일학교 금족령을 내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물론 위의 2가지 경우가 주일학교 전체실정은 결코아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입시와 경쟁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앞에서도 발랄하고 신선한 신앙공동체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치열해지는 입시경쟁, 그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하는 현실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때에도 교회는 신선한 젊음으로 신앙을 살찌우는 청소년들을 볼 수 있을까. 학교에 적을 둔 청소년들의 사목, 주일학교 문제가 여기에 이른다면 그나마 정규학교의 혜택을 받지못하는 청소년들의 신앙문제는 또 어디쯤 와있을까. 영등포공장지대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전자부품 공장을 다닌다는 朴양(18세)은『주일날 교회에 가는 것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3년전 부모의 허락하에 충북진전 작은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朴양은 친척 언니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정착한 케이스.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열심한 신자집안에서 자라나 엄격한 신앙생활이 몸에 밴 朴양은 공장에서 신자임을 밝히지 말도록 귀뜀하는 친척 언니의 말에 처음에는 이해가가지 않았다. 차츰 그 이유(?)를 알게 된 무렵 가까운 성당을 찾은 朴양은 또한번 실망을 했다. 주일날 수차례나 미사에 참례했지만 그 누구도 아는체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레지오나 기타 어떤 신심단체에도 자기가 가입할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1년에 35시간만 투자하면(하루 하고 11시간)될 주일학교를 빠질수 밖에 없는 학생ㆍ청소년들. 학생도 성인도아닌 어정쩡한 입장에서 교회밖에서만 서성거리는 근로 청소년들. 모두가 오늘의 교회가 당면한 청소년 사목문제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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