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너를 외면해도 이제는 내가 네 손을 잡아줄게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 이런 단어가 존재하는 무섭고 슬픈 우리 세상이다. 우리 세상의 종양, 암덩어리이자 반드시 없어져야 할 단어가 바로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이다. 어둠 속에서 교활하고 은밀하게 행해지는 이 끔찍한 짓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끔찍하다.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할지.
뮤지컬 퍼포먼스 ‘하트비트’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심장박동, ‘소통과 화합’ 아니면 들을 수 없는 타악 연주의 조화가 담긴 작품이다. 전국의 초중고에서 200회 이상 그리고 광화문아트홀에서 3년째 공연 중인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스릴러, 멜로도 아닌 ‘학교폭력예방, 청소년자살예방, 생명존중’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룬다. 그러나 청소년 교육이라는 작품 취지를 넘어 눈물과 감동, 재미와 박진감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소망이 어우러지는 무대다.
‘하트비트’에는 고등학교 타악 동아리에서 만난 다섯 아이들이 등장한다. 갓 전학해 온 천둥을 ‘그냥 심심해서’ 왕따로 찍어 ‘재미로’ 괴롭히는 태풍, 태풍의 비위를 맞추며 태풍보다 한술 더 뜨는 동수와 이슬, 이런 상황을 선생님에게 알릴 수 있음에도 무심하게 방관하는 반장 미리. 어른들 못지않게 잔인하고 비굴하며 초라하고 야비하며 철저하게 이기적인 아이들의 모습이다.
서로 듣고 맞추며 하나의 울림을 창조하는 타악 연습 시간은 폭력과 파괴, 질투와 오해, 새어나오지 못하는 비명으로 치닫는다. 누명을 쓰고 집단폭행 당해도 “괜찮아, 난 이겨낼 수 있어”라는 주문 같은 한마디에 의지하던 천둥은 화장실에 끌려가 굴욕적인 일을 당하고 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때는 몰랐구나. 미안하구나.” 연극 내내 수동적이고 무관심하던 선생님의 목소리다. 어른이 어른 몫을 하자는 작가 양창영씨의 소망이 담긴 장면이다.
벼랑 끝의 천둥은 마지막 장면에서 말간 얼굴의 아이들과 함께 웃는다. 이 땅의 소망이 담긴 행복한 결론인 것이다.
우리는 피가 뜨거운 백성이다. 가야하면 겨울 한밤중에도 촛불 들고 시청 광장으로 간다. ‘이런 일이라면’ 나도 한 힘을 보태지만 그를 일궈 낼 불씨가 되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이웃의 아픔과 절규를 듣고 보고 자신의 살과 피로 피워낸다. 불씨는 좋은 공연이고, 불씨 살리는 맞불 놓기는 좋은 관객의 몫이다.
이 두 ‘좋은’것이 좋은 문화를 만든다. 문화는 우리 사는 모습 아니던가. 불씨 같은 공연에 맞불을 즐겁게 놓는 관객의 수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TV 앞을 떠나, 달착지근한 드라마와 스트레스 해소용 볼거리를 대신해 좋은 몫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능동적 문화일꾼이 우리 사이에서 많아지고도 남을 때이다.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뮤지컬 ‘서울할망 정난주’ 극작가이자 배우로서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수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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