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8~30일 이슬람국가인 터키를 방문, 동서 간 문화교류의 장을 열고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간 우호선언에 서명하는 등 타종교들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터키 방문은 지난 5월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등을 방문한 후 이뤄진 두 번째 이슬람국가 방문으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횡포가 난무하는 가운데 모든 종교가 연대해 “이슬람국가 안에서 종교의 미명하에 일어나는 폭력사태를 종식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교황은 2박3일 동안 이슬람 블루 모스크(Blue Mosque: 터키 이스탄불 소재 이슬람 사원)와 소피아성당, 동방정교회 성조지교회 등을 방문하고,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가 주례하는 미사에도 참여해 종교 화합의 물꼬를 텄다.
교황과 바르톨로메오 1세는 공동 우호선언을 통해 “이슬람교도들과 그리스도인은 공동의 가치와 형제애에 따라 정의와 평화, 모든 사람의 인권, 존엄성 등을 위해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평화 위한 국가 노력 강조
교황의 터키 방문은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터키 방문과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 당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방문 중 터키의 일부 강경파가 시위행진을 벌이며 반대입장을 표현했던 것에 비해 이번 방문은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신변의 안전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탄조끼와 방탄차량도 준비하지 않고 소형차를 탔다.
방문 첫날인 11월 28일, 교황은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다양한 분야의 국가 지도자들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을 규탄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서방의 이슬람 혐오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 종교, 학문 등을 막론하고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이 명확하게 테러를 규탄해준다면 이슬람이 아닌 사람들과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도 이슬람이 ‘평화의 종교’라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근본주의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무슬림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모든 종교에는 소수 그룹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 각 종교 신자들과의 만남
다음날인 29일, 교황은 블루 모스크를 방문해 이슬람 최고 지도자 라흐미 야란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 기도했다. 그는 터키와 이슬람 지도자들과 교황 자신을 위해 기도했지만, 무엇보다도 평화와 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블루 모스크 방문 이후에는 이스탄불의 한 가톨릭 대성당에서 터키 내 소수 가톨릭 신자들과 아르메니아와 시리아, 칼데아교회 및 라틴계 신자들과 함께 기념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교황은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을 피해 피난민들이 몰린 캠프를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안전 우려 때문에 방문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 동방정교회와 우호선언
교황의 마지막 일정은 성조지교회에서 동방정교회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메오 1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호선언에 서명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식에 동서교회 분열 후 천년 만에 참석했으며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도 교황을 만나 종교의 화합을 모색한 바 있다.
교황은 가톨릭과 동방정교회 간 우호선언에 서명하고 이슬람 국가의 폭력 종식을 위한 기도와 함께 이들에게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지원도 호소했다. 두 종교간 존중과 우호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30일 터키 방문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45분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번 이뤄진 가정에 관한 주교 시노드의 중간보고서에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동성애자들을 환대한다’는 구절이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교황은 또 시노드는 ‘성령이 임하시는 교회의 한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가톨릭과 러시아정교회 간 여러 어려움들이 남아있지만, 정교회의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초대를 원한다면 만날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등 기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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