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양산 부산대학병원에 필리핀 출신의 로제타(가명)씨가 쌍둥이 임신 중 혈소판 수치 감소로 입원했다.
이때만 해도 로제타씨와 지체장애 2급인 그녀의 남편 김철수씨(가명)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결혼 이후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고, 또 자녀에 대한 갈망으로 시험관 아기까지 시도하며 결국 쌍둥이를 임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던 임신과 출산이 엄청난 고난의 시작이었음을.
작년에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그녀는 선천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도 같은 병을 앓고 있었고 본인을 포함한 두 명의 자녀를 출산했기 때문에 이 질병이 임신을 하면 위험한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11월 3일, 로제타씨와 태중의 쌍둥이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25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했고, 아기들은 모두 500g 정도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로제타씨는 평소 그저 오래 걷거나 경사를 오를 때 숨이 가쁜 정도의 모습을 보였고 산전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임신으로 질환이 촉발됐고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11월 22일, 쌍둥이 중 둘째가 사망했고 27일 첫째까지 죽고 말았다.
“왜 제게 이런 아픔을 주셨을까요? 충격적인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정신이 없었지만 아내라도 살릴 수 있기만을 바라며 매달렸다.
그는 세상에서 아내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생계를 꾸려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필리핀 처가에 도움을 주었던 착한 남편이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년 반의 세월이 꿈만 같습니다.
11월 28일 저녁, 에크모(ECMO) 기계로 생명을 연장하던 그녀는 결국 아기들을 따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갔다.
이제 혼자 남은 남편은 절망에 휩싸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고, 아파하는 가족들을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했다.
“이제 아내와 아이들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남겨진 것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아내와 아이들의 병원비였다.
부모님이 계시지만 아버지 역시 대장암 투병 중이어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실직한 이후 직장을 찾고 있지만 지체장애를 가진 그를 써주는 곳은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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