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에 한번씩 10월의 어느 날에 딩카 곡 부족의 성인식이 열립니다. 14살 정도의 나이가 되면 딩카 사내아이들은 성인식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실제로 예식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14살에서 20대 중반까지 다양한데, 간혹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성도 참가합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성인식을 미룰 수는 있어도 꼭 한번은 거쳐야 하는 의식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식을 통해 아이들은 유년시절의 철없던 모습을 벗고,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과 책임감을 갖는 어른으로 성장하며, 부족으로부터 진정한 남자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 딩카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인식의 의미입니다.
성인식은 부족마다 의식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사내아이들이 모여 영적 지도자(창을 든 연장자)의 감독 아래 며칠씩 합숙하며 여러 가지 의식을 치루는 것은 어느 부족이나 같습니다. 그 한 예로 딩카 곡 부족의 성인식은, 각 마을의 아이들이 자신의 마을을 떠나 외딴 곳에 모여 지도자의 관리 아래 레슬링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2주에 걸쳐 진행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맞붙게 되는 레슬링은 며칠 동안 계속되며,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과격한 싸움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딩카사내아이들은 레슬링을 통해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며, 가족을 지킬 힘이 있음을 과시해야만 하는데, 레슬링의 승패에 따라 식사를 할 때에도 힘이 센 아이들의 무리가 먼저 먹고 난 음식을 힘이 약한 아이들의 무리가 먹게 됩니다. 한편, 식사를 할 때에는 자기 몫으로 가져온 음식의 절반가량을 조금씩 떼어 던져 버리는 의식을 하는데, 이것은 유년기의 유치한 행동들을 하나씩 던져 버린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며칠 동안의 레슬링이 끝나면, 지도자는 소를 한 마리 잡아서 죽이고 그 피를 아이들에게 뿌립니다. 소의 피를 이용하여 관계를 묶어주고, 유년시절이 끝났음을 상징하는 표시를 보여주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이때 아이들은 소와 관련된 이름(갈색소, 흰소, 힘센소 등)을 새롭게 받기도 합니다. 이마에 칼로 문양을 새기는 풍습은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2주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보름달이 뜨면, 지도자는 밤에 아이들을 이끌고 강으로 갑니다. 아이들은 보름달을 보며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으며 유년기의 때를 씻어내는 예식을 합니다. 목욕이 끝난 후, 날이 밝으면 아이들은 발가벗은 채로 각자의 마을을 향해 뛰어갑니다. 이때 절대 뒤를 돌아보거나 멈추어서는 안 되며, 갈증이 난다 해서 물을 마셔서도 안 됩니다.
아이들은 마을을 돌며 아무 물건이나 식량을 찾아 손에 쥐게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뛰어야 합니다. 대개는 자기 집에서 물건을 집어오지만, 간혹 이웃 집에서 그냥 집어오기도 한다는군요. 저도 며칠 전, 아침미사를 드리러 가는 길에 벌거벗은 아이들이 무리지어 성당 방향으로 뛰어오는 것을 보고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고 해서 살짝 긴장했었습니다.
지도자는 아이들이 가져온 물건을 돈으로 바꿔주고, 그 돈으로 옷을 사오게 합니다. 아이들이 새 옷을 구해오면, 지도자가 아이들에게 그 옷을 입히고 각자의 마을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성인식이 끝납니다. 성인식을 거친 딩카사내아이들은 이제 딩카 사회 안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고, 가족과 부족사회를 지키는 성숙한 성인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기에 매우 기묘하게 느껴지는 성인식이지만, 여기에서 살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풍습입니다.
며칠 전, 딩카 곡 부족의 성인식을 주관하는 원로 지도자를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성인식에 대한 저의 이해와 관심을 고맙게 생각한 원로 지도자는 다음에 열리는 성인식에는 저 또한 지도자로서 참석해도 좋다고 허락해주었습니다. 다음번 성인식에는 빨간 모자를 쓰고 조교로 나서서, 우선 줄 똑바로 서는 법부터 가르쳐줘야겠습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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