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근사한「디스코파티」가 서울미아 3동 성당구내 강당에서 버젓이(?) 베풀어졌다. 본당 신자들이 염려와 불안속에 열렸던 추석때의 첫「디스코파티」보다는 한결 쉽게 추진된 두번째의 디스코파티.
중ㆍ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 요란한 축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사이키델릭」조명과 미칠듯이 좋아한다는 미국의 흑인가수 마이클 잭슨의 힛트송이 강당을 열광시키면서 흥겹게 이어졌다.
본당신부의 호소력 있는 설득에 이끌려 마땅치않게 생각하던 디스코파티를 승인한 일부신자들도 우려의 마음을 깨끗이 떨치고 젊은이들의 밝은 웃음에 동참했다. 이날 축제의 현장을 다녀온 취재기자는『미아 3동의 디스코파티는 한마디로「열정적인 대화」의 자리였다』고 평했다. 굳이 찬반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날의 디스코축제는 취재기자의 지적대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디스코 춤을 통한「대화의 출발」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행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디스코파티를 진두지휘했던 본당주임 박용일 신부는『방법이 그릇되지 않는 것이라면 우선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가주는 것이 대화의 첩경』이라고 지적하고『그들이 기성세대로부터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때 이미 문제의 절반은 사라진 것』이라고 강조, 「대화의 실마리」로서 디스코파티의 효율성을 설명했다.
지난 1월 본보가 시도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도 청소년문제에 관한 교회의 책임과 개입의 중요성을 한결같이 지적, 청소년문제와 교회의 연관성에 대해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의 전도 시행착오만을 거듭하는 교육행정 등등이 청소년문제의 뿌리임을 주장한 이들은 본당이야말로 청소년들을 가치있게 모아들일 가장 유익한 공간임을 강조, 학생이든 근로청소년이든 젊은이들을 위한「교회의 방」을 적극 주장했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해를 맞은 교회의 청소년사목은 과연 어디쯤와있는 것일까. 현재 한국교회는 청소년사목을 일반사목과는 별도로「특수사목」범주에 넣어 취급하고 있다. 이는 오늘의 청소년사목이 장기적인 계획에 근거를 둔 일관성있는사목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단편적인 것임을 입증해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청소년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면서도 문제의 뿌리를 찾아 근절하지 못하고 아울러 행정ㆍ정책이나 사회교육 및 환경적인 기능도 그 빛이 바래고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같은 맥락에서의 아픔을 느끼게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교회에서 청소년사목에 관해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마스터플랜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는것 같다. 제도나 사회적 여건ㆍ현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는 동안 교회의 청소년사목도「특수사목」이라는 이름아래 그때그때 임기웅변적인 행정처리로만 일관해 왔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현재 청소년사목의 주관부서는 교육국. 각 교구는 교구단위로 교육국 차원에서(일부교구는 홍보국)청소년사목 상당을 관장하고 있다. 물론 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생사목은 별도의 지도기구를 두고있으며 이는 대학생의 경우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각 교구별 청소년 사목현황을 부분적으로나마 종합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교육국은『교육국이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제반 교육문제를 관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청소년사목의 빈약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문제의 핵심을 지적했다.
교육국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구가 청소년의 해에 특별히 계획하는 청소년대상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획기적인 계획은 준비되지 않고 있다하더라도 기존 교육ㆍ사목에 대한 재평가 및 이를 토대로한 교육프로그램 개편 등 일련의 움직임은 소리없는「변신의 징표」라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사목의 현실은 당사자인 학생들이나 관심있는 이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별도의 지도기구를 두고 있으면서도 최근까지 이어져온 대학생 사목문제는바로 뿌리내리지 못한 학생사목의 현주소로 지칭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요구를 되풀이 주장했고 학생들의 요구가 교계제도상 받아들일수 없는것이라며 무조건(?) 거부태세를 갖춘 지도계층간의 팽팽한 긴장은 지도자부재, 지도부재, 교육부재가 반복되어온 학생사목, 한국교회의 현실이기도 했다.
여기서『오류는 반드시수정되어야 하지만 젊은이들에겐「이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청소년관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화의 부적, 대화하려는 노력의 부족은 곧 오해와 불신을 유발, 간단한 문제조차 뒤틀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경험담이었다.
교회의 제반기구 제도논 웬만한 신자라도 알기가 어렵다. 학생들의 문제도 어떻게 보면 기구ㆍ제도에 대한 인식부족에 일부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점은 근로청소년 단체인 JOC(가톨릭노동청년회)도 마찬가지. 꽤 오랫동안 교회외적으로 진통을 겪으면서 교회내적인 갈등을 뼈져리게 체험해온 JOC-가톨릭 노동청년회의 어려움도 따지고보면 지도체제의 미확립이 문제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고 진단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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