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주부의 이야기다.
처음 면접을 시작했을 때 그 여인은 얼굴에 기운이 없어보이고 맥빠진 사람과 같았으며 얼굴에 수심이 스며있는 표정이었다. 부인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본인의 성질이 고약해지고 신경질적이며 다른 사람을 대할때는 열등의식을 느낀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이 있는곳에 가면 별문제가 없으나 특히 단둘이 대화할 때는 얼굴을 들수가 없으며 당황하게 되고 편안한 마음이 되질 않는다고 호소하였다.
이런 증세들 때문에 모 종합병원에서 3개월이상 외래진찰을 받았으나 별효과가 없었다면서 소개를 받아 찾아왔다고 하였다. 부인자신이 소심해진 것 같고 친구들을 만나도 무엇인가 잘 잊어버리고 쫓기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였다.
남편이 월급쟁이라 경제적으로 풍부하지는 앉지만 안정된 생활 속에 있고 부인 자신도 왜 이런 증상이 오는지를 알 수 없다고 주춤거렸다.
문제가 있다면 지난해 남편이 망년회 모임이 많아 새벽 3시에 귀가한 일이 있어 다툰일 외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며 지금도 남편과 말을 안하고 냉전상태라고 한다. 부인은 남편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남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창피한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부인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지만 자존심(?)이 허용을 못하는 듯 주춤거렸다. 분명히 부부간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부인의 부담이 덜한 것부터 이야기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중매로 결혼하였으며、결혼초부터 거의 매일 술을 마셔왔으며 그 당시에는 부인 자신도 젊고、지탱할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몇번 남편의 술마시는 것에 대해 시비하였으나、남편의 태도에 별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였다고 한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하여 자신의 건강에 신경쓰고 출산하여 몸조리하고 애를 키우느라 하루 생활이 바쁘게 돌아갔기 때문에 남편의 술마시는 것에 대해 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오히려 지금보다는 편안한 생활을 해온것 같다고 하였다. 애들을 키우느라 10여년을 지나면서 3남매를 두었고、이제는 장남이 장성하였고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남편의 술마시는 습관은 여전하여 일주일에 4~5일은 매번 술을 마시며 늦게 귀가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제는 남편과 싸우게 되면 집안의 물건이 부수지고 남편의 난폭한 행동이 노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그렇다고 다른 여자 관계가 있다든지 가정을 등한히 하는 사람은 아닌데 매번 술마시는 버릇 때문에 남편과 화합을 할 수 없다고 부인은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성격을 보면、술을 안마실 때 집안청소도 열심히 하면서、부인이 치운 곳도 남편이 다시 치울정도로 청결하게 집안을 가꾸고 매사에 관여하는 버릇이 있으며、술을 마시게 되면 직장의 상사들에 대한 비난을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느낄수 있는 것은 남편이 직장생활에서 긴장된 인간관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그것을 술로 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부인이 술마시는 것을 시비했을 때、남편은 직장일 관계로 술을 마신다면서、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부인을 나무라는 역습을 한다고 하며、부인은 한번도 남편을 이겨본 일이 없다고 호소하였다. 부인의 마음속에는 남편에게 항상 눌려있는 기분을 가지고 있었고 그 남편에 대한 좌절감의 분노가 증상들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러번 봇짐을 챙겨 가지고 친정으로 가본일도 있었으나 이제는 애들한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애들도 부모의 싸움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체면이 말이 아니란다. 부모들끼리 큰 소리 치고 싸우는 일이 자주 있으니、애들에게 어머니로서 자식을 교육시키는 역할을 하는데도 자신이 없으며、애들 눈치를 보게 되었으니 어머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고 뼈저린 아픔을 토로하였다.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떳떳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니、무슨 염치로 자식들을 대할까하는 부인의 바른 마음이 애처롭게만 느껴졌다.
부인이 사람들을 대할때 당황하고 얼굴을 들지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안심이 되는것은 부인이 자식들앞에서 남편을 비난하지않고、자식들이 제대로 잘 성장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고있으니、부인은 남편과 자식들을 통하여 인간적으로 더욱 성숙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남편께서 부인의 치료에 협조할 수 있다면 부인은 곧 건강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항상 같이 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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