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 되어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공동체, 빵을 만들어 나누는 공동체,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공동체입니다.”
경상남도 양산시에 위치한 성모울타리공동체(대표 하용수)는 교도소 출소자들의 사회적응과 자활을 위한 신앙 공동체다.
사회의 냉대로 갈 곳 없는 출소자들을 아버지의 가슴으로 받아주고 함께 모여 기도하는 곳. 또 우리밀 빵을 생산해 판매함으로써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고 저축해 자립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곳이 바로 성모울타리공동체다.
이곳은 지난 20년 동안 200여 명의 출소자들이 거쳐 가며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현재 40여 명의 공동체가 우리밀로 만든 호두과자와 찰 보리빵, 식빵과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고 전국 20여 곳의 성당에서 빵을 판매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공동체에서 15년째 생활 중인 김진수(요셉·55세)씨는 청송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지난 2000년 1월 4일 성모울타리를 찾았다. 같이 출소한 사람들을 따라 빠스카 식품공장에 취업을 위해 방문했다가 원장 수녀의 소개로 성모울타리를 알게 됐다.
“15년 동안 복역하고 사회에 나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가족도 없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때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모릅니다.”
김씨가 공동체를 떠나 힘든 시기를 겪을 때도 하 대표는 몇 번이고 찾아가 그를 다시 데려왔다. 김진수씨는 “끝까지 포용하고 받아주는 대표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면서 “지금도 새롭게 공동체를 찾는 이들에게 나의 체험을 들려주며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성모울타리공동체의 가장 큰 특징은 매주 열리는 피정에 있다. 공동체는 10년 전부터 월례피정을 시작해 지금은 매주 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1박2일 피정을 마련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가졌던 나쁜 습관들을 고치고 술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서라고.
피정 봉사자 장연심(아녜스·대구 계산본당)씨는 “기차를 타고 매주 찬양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짧지 않은 길이지만 마음 아픈 이들이 많은 이곳에서 봉사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 여겨져 5년째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 1주 피정미사를 주례한 서정웅 신부(부산 금곡본당 주임)는 “예림본당에 있을 때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미사 봉헌을 위해 공동체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출소자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아버지의 품이 되어주는 이 공동체는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개인의 힘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 신부는 “이들이 지금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공동체의 주거 문제가 어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성모울타리공동체의 가장 큰 근심은 거처 마련에 있다. 매월 빵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40여 명의 인건비와 우리밀 재료비, 월세와 운영비로 쓰는 데에도 부족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집주인이 내년까지 장소를 비워달라고 해 공동체의 걱정이 크다.
“그저 욕심 없이 살아온 저희 공동체이다 보니 수익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지켜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성모울타리공동체는 오늘도 성탄을 앞두고 빵을 반죽하고 굽고 옮기며 아기 예수님의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문의 010-9236-0023 하용수 대표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