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머니가 따로 없네. 따로 없어”
12월 5일 오전 9시30분,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가 차 트렁크에 가득 실린 쌀과 김, 멸치볶음, 과자, 선물세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방문실 원장 이영일 수녀(거룩한 말씀의 수녀회)와 교구 내 가난한 이웃들을 방문하기로 한 이 주교는 전날 내린 눈을 밟으며 조심히 그러나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12월 시작과 함께 온 한파로 인해 가난한 이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평상시에는 난방비 나가는 것이 무서워 켜지도 못하는 보일러지만 자신들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불을 넣고, 미뤄뒀던 방 청소와 정리도 깔끔히 해놓았다.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수녀님 오시는 날’이라 표시해놓은 달력을 보니 이들이 얼마나 이날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다.
요즘 사는 것은 어떤지,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좋은 소식은 뭐가 있는지 등을 물으며 두 손을 따뜻이 잡아준 이 주교는 떠나기 전 안수를 하며 이웃들에게 필요한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기도했다.
이 주교는 “늘 가던 길로만 다니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골목길을 조금만 들어서도 생생히 보인다”며 “교구 전 지역에 걸쳐 적절한 곳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가정방문실 수녀님께 고맙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바로 이런 일”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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