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톡’(talk)은 그저 단순한 톡이 아니다. 카카오톡이 설치된 스마트폰으로 사용자들은 시간을 보내는데 필요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항상 ‘무엇으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의 문제가 따라온다. 우린 다른 사람과 문자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도 있고, 소리언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다. 그뿐인가? 음악, 사진, 영상, 그림-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무엇’ (신호들)의 종류는 끝이 없다.
카카오톡은, 바로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대부분의 신호의 종류를 지원한다. 사람은 많은 시간 홀로 있게 되는데, 이때 역시 카카오톡이 사용된다. 수많은 종류의 게임이 카카오톡을 통해 유통되고, 게임 버튼을 재빨리 눌러대며 우린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낸다.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과 홀로 있는 시간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쫓아버릴 놀잇거리들-때론 이런 것들이 사람이 절실하게 찾게 되는 장치들이며, 간단히 말해 바로 그러한 장치와 기능들이 곧 카카오톡이다. 이런 강력한 생활의 도구가 스마트폰과 결합되어 이제 카카오톡은, 아니 스마트폰은 우리의 손 한자리를 확고히 차지하게 되었다.
손바닥에 들어앉을 정도로 사람과 밀착된 미디어, 바로 그 밀착성-그게 또한 뉴미디어의 속성이기도 하다. 과거의 미디어, 예컨대 티브이를 생각해 보자. 우린 그것들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있고, 그것들 또한 저 멀리에 꽤나 큰 몸집으로 중량감 있게 좌정(?)해 있다. 그러던 미디어기기들이 언제부턴가 슬금슬금 사람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스마트폰처럼) 아예 사람 손바닥 안에 들어앉아 버렸다. 이런 첨단의 기기들은 여전히 바깥세상과 우리를 ‘매개’ (mediate)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기능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제 첨단의 뉴미디어는 인간의 부분적 연장이자 외화된 두뇌이며,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고도로 진화한 미디어는 이제 ‘매개체’ 이상으로 사람의 일부가 된 존재들이다. 뉴미디어의 ‘뉴’에는 바로 이러한 미디어의 존재론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경이와 혼돈이 포함되어 있다. ‘뉴’미디어란 말은 미디어의 발생순서 이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제 ‘미디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미디어라는 말은 매개체라는 의미이며, 매개체는 필연적으로 나와 매개되는 것 사이에, 즉 나의 바깥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제 미디어가 사실상 사람의 연장(extension)이거나 일부와 다름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뉴미디어의 속성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가 현재 미디어라 지칭하는 것들에 대해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이패드는 그냥 아이패드일 뿐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떠오른다.
1999년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으며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매스컴과 종교의 관계 연구’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