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예술의 진수라고 불리는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을 신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지난 8월 전시를 마련했던 유근상(마르첼리노) 전시총감독의 마음은 요즘 시리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에 맞춰 문을 연 이 전시에는 관람객이 2~3만밖에 들지 않았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이라는 위치적 한계는 차치하고, 문화의 황금기 르네상스 예술이자 절절한 가톨릭 신앙을 꽃피웠던 ‘이탈리아 피렌체 예술’의 진가를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와 미술학도는 물론, 종교를 떠나 모두가 봐야하는 귀한 전시예요.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예술작품이 한국에 왔는데,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가 ‘천국의 문’ 전시를 마련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강남역 교보타워 앞에 작품 ‘코레아 환타지아’를 설치할 만큼 유망한 작가이자 이탈리아 국립문화재복원대학 총장인 그는 작품을 통해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중세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작가인 기베르티가 ‘천국의 문’을 만들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것처럼, 천국의 문을 한국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진한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성 세례자 요한 세례당의 동문인 ‘천국의 문’과 바티칸미술관이 소장한 진품 성화인 ‘성 마태오와 천사’(귀도 레니), ‘세례자 요한’(게르치노), ‘성 프란치스코의 비전’(일 바치치아), 피렌체 두오모대성당 박물관의 르네상스 시대 조각, 부조, 성물 등을 가져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금지된 유물인데다가 허가를 받는다 해도 운송과 보험문제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은 일본을 통해 한국에 잘 알려져 있어 진품 한 점이 없는데도 사람들이 몰려요. 저는 이번 전시가 신자와 한국인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재복원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그는 문화재에 대한 이해는 물론, 낡고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번 전시 또한 빛을 따라 수도원의 주랑을 걷는 기분으로, 역사여행을 떠나 마지막 ‘천국의 문’에 머물러 감동할 수 있도록 꾸몄다.
‘천국의 문’ 연장전시는 1월 4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1층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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