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은 말합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오늘 복음이 전해주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에서 유다인들의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세례자 요한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요?”, “엘리야요?”, “그 예언자요?”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모두 아니라고 답합니다. 이들의 질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구약성경에서 올 것으로 예언된 이들입니다. 유다인들의 질문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때를 알리는 인물이냐는 질문과도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바로 이런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세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때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것이었고, 그는 자신의 뒤에 오실 분이, 곧 예수님께서 바로 그분이라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언은 구약에서 이미 약속된 것임을 이사야 예언서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오늘 제1독서는 구원의 기쁨을 미리 알려줍니다. 구원을 위한 주님의 은혜로운 해의 선포는 전혀 새로운 것으로, 그리고 억눌리고 소외받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사야서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기쁨입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은 구원에 있을 진정한 기쁨을 말하고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것.’ 어쩌면 사람들에게 구원을 선포할 때에 ‘기쁨’보다 더 적절한 예는 없어 보입니다. 해방과 기쁨. 이것이 이사야 예언자가 전하는 구원의 모습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비슷한 내용을 써보냅니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체험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기쁨과 기도와 감사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은 기쁨이고 이것은 당연히 감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예언된 약속을 성취하고 바오로 사도가 권고하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시는 기쁜 일이 머지않았음을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통해 전해줍니다.
어느새 대림시기도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연말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성큼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계십니다. 오늘 전례에서 듣는 말씀들은 모두 ‘기쁨’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쁨은 예수님의 탄생을 향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창조물의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 역시 기쁜 일입니다. 이 기쁨은 우리가 지치지 않고 항구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얻게 될 기쁨이 어떤 것일지 미리 체험하게 합니다.
오늘은 주교회의에서 정한 자선주일이기도 합니다. 자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자선은 유다인들에게 제사나 기도만큼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던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고귀한 행위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의 사랑과 자선이 하느님의 선물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우리 안에서 행할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은 분명합니다. 우리 역시 자선을 통해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은 주님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온전하고 흠 없이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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