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성요셉본당(주임 박필범 신부)의 교육관은 매일 자정 불이 꺼지지 않는다.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은 바로 본당 청소년들. 본당이 마련한 독서실에 청소년들은 오늘도 불철주야다.
본당은 지난 11월 29일부터 본당 교육관 2, 3층에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본당에서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성전 신축을 마치고 지난 11월 2일 입당 감사미사를 봉헌한 본당은 새 성당을 본당 신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하고자 신자들에게 필요한 공간에 관한 의견을 수합했다. 그러자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독서실 운영을 제안했다. 청소년들은 인근에 독서실 자리가 부족해 공부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부모들은 밤늦게 들어오는 청소년들이 걱정이었다.
이 제안에 본당은 귀를 기울였다. 본격적인 운영에 앞서 학부모 간담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합하며 운영 방침을 정했다. 독서실 책·걸상도 고급형으로 준비하고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습도를 유지할 가습기와 어항을 비치했다. 청소년들이 공부 중간에 쉴 수 있는 휴게소도 마련했다. 독서실은 본당이 열려있는 시간이면 언제든 이용 가능하고, 매일 자정까지, 시험기간에는 오전 2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늦은 시각까지 성당에 있지만, 불안해하는 부모는 한 사람도 없다. 매일 오후 9시부터 독서실을 닫기까지 부모들이 직접 독서실을 감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독서실 상황을 공유하고, 혼자서 귀가하는 청소년이 없도록 부모에게 연락하고 있다. 성당 자체도 10시 이후에는 외부에서는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만 있도록 잠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독서실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현정(아델다·초등부 자모회장)씨는 “독서실에 간다는 아이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성당으로 보내 안심”이라며 “부모님들이 독서실 감독 당번이 아니어도 와서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일을 하고 함께 귀가하기도 한다”고 했다.
성당 독서실을 운영한 지는 한 달도 채 안됐지만, 파급 효과는 컸다. 독서실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정원인 50명이 가득차고, 매일 독서실을 닫을 시간까지 청소년들이 자리를 지켰다. 청소년들이 모이니 그 부모도 모였고, 청소년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도 늘어났다. 황수지(소화데레사·15)양은 “일반 독서실은 사람이 많아 소음 등으로 불편한데 성당 독서실은 쾌적해서 이번 시험 성적이 잘 나올 것 같다”면서 “감독하시는 부모님들도 간식을 주시는 등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독서실을 이용하는 소감을 말했다.
선교효과도 있었다. 독서실은 주일학교에 등록된 청소년을 우선으로 선발했지만, 그중에는 주일학교에 등록되지 않는 청소년도 있었다. 자녀를 성당 독서실에 보내기 위해 냉담을 푼 부모도 있었고, 비신자임에도 신자인 배우자와 함께 성당을 찾아 독서실 감독을 하는 부모도 있었다.
본당주임 박필범 신부는 “예전에는 청소년들이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갈수록 그런 시간이 부족해 청소년들이 더 많은 시간을 성당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독서실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성당을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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