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내년을 설계하는 동시에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교구 청소년법인에서 일하며 아이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드리게 되고 마음 한구석 그 순간의 감동들을 잠시 꺼내보고 미소 지으며 다시금 고이 접어 넣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얼마 전 한 본당에 법인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30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장황한 설명을 하기 앞서 아이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자신 있게 각자의 꿈을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어렵지 않게 저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 기억 속에는 꿈이 무엇인지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는 제가 있었습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진학한 대학, 그럴듯한 성취감도 성과도 없이 흘러간 시간들과 어느새 당연한 것처럼 구한 직장, 원치 않는 일에 대한 괴리감 속에서도 다른 목표가 없었기에 막연하기만 했던 생활, 큰 기쁨이나 좌절감 없이 평범하기만 했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통해 늦게나마 ‘청소년과 함께’라는 뚜렷한 목표를 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일찌감치 확고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아이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분명 수없이 많은 부르심이 저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시작한 주일학교 교사 직분은 지금도 저에게 수없이 많은 영감과 지혜를 줍니다. 군 생활 중 맡은 군종병의 역할 안에선 성당에서 신부님을 모시고 아이들의 복사교육과 교리까지 준비하며 하느님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구 중고등부 봉사팀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지도자로서의 책임감과 노력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르심과 기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진심을 다해 하느님께 구하지 않기에 응답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소리 지르는 우리의 목소리를 하느님께서는 이미 들으시고 길을 알려주시고자 하시지 않을까요? 그러나 소리만 지를 뿐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자신의 역할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이정표는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통이란, 절대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기도 안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다면 우리도 잘 들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은 이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라고 말씀하고 계실지도 모르니까요.
예수님 오시는 날을 기다리는 이 대림기간에도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준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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