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지내는 할머니 집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설날도 추석도 아니지만 현관에는 신발이 가득해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방 공기는 조금 쌀쌀했지만 이내 사람들의 온기로 금세 따듯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광주 남동5·18기념본당(주임 김영철 신부) 마르코회 회원들이 찾아간 집들은 마치 명절을 맞이한 듯 활기로 가득 찬다. 홀로 사시는 본당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거나 불편한 점들을 해결해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마르코회 회원들은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2014년을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교회의 해’로 선포한 교구의 사목지침에 따라 어떤 봉사를 할지 고민하던 마르코회원들은 본당 주임 김영철 신부의 조언에 따라 본당 내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또한 찾아뵐 때 ‘가정교회’라는 말에 맞갖게 회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씩은 소개받은 가정에 찾아가고 있는 마르코회 회원들은 간단한 간식이나 다과를 준비해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도를 한다.
본당 35~45세 신자들로 구성된 마르코회와 79~92세 본당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본당 분위기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함께 어르신 댁을 방문했던 아이들은 성당에서도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하는 예의 바른 아이가 됐고, 마르코회의 이런 노력을 보는 본당 신자들도 “좋은 일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르코회의 가정방문은 지구 모임에서도 소개됐고, 입소문을 타서 교구 가정의 해 폐막식에서도 모범사례로 알려졌다. 이에 고무된 마르코회원들이 좀 더 활동을 넓혀볼까 했지만 “봉사가 부담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임 신부 조언에 따라 매일 안부 전화하기와 같은 정말로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는 방식을 찾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수의사를 하고 있는 회원은 어르신들이 키우는 개의 건강을 확인해주고, 물리치료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도 각자 전공을 살려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이 작성해야 하는 각종 신청서들을 쓰는 것도 도와주고 있다.
마르코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이현(스테파노·40)씨는 “처음에는 저희가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분들이 저희를 위해 많은 기도를 바쳐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정의 해는 끝났지만 이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형식적인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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