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 14)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화려한 궁전이 아닌 가장 보잘 것 없는 마구간에서, 많은 이들의 환영과 축하 대신 비천한 목동들의 축복을 받으며 작고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로 다가오셨다.
매년 예수 성탄 대축일이 가까워지면 성당에 설치되는 구유는 예수 탄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교회에서 구유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에 의해서다.
성인은 1223년 이탈리아 그레치오의 교회 동굴 앞에 처음으로 구유를 만들어 공개했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예수 탄생의 의미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교황의 허락을 받고 널리 알려진 구유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경축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성탄 구유 공경은 사적으로 이미 베들레헴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베들레헴 외양간에서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뉘었던 여물통 조각으로 알려진 나무 조각은 12세기 경부터 로마 성 마리아 대성전에 보존돼 있다. 이때, 베들레헴 구유를 공경하는 뜻으로 예수 성탄 대축일 자정미사가 교황 집전으로 봉헌됐다. 이를 본따 지역교회에서 성탄절에 구유를 제대 위나 옆에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탄 구유 공경이 일반화된 것은 16~17세기로 알려져 있다. 특히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제작된 나폴리 구유는 성탄 구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8~19세기에는 독일 지역에서 일반 서민가정에 구유를 설치하는 것이 토착화됐고, 출판사에서 인쇄 그림을 대량 생산, 보급함에 따라 구유 제작이 대중화됐다. 현재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교회들이 각 나라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구유에는 아기 예수 옆에 소와 나귀가 있고, 마리아와 요셉, 목동이 그 곁을 지키고 서있다. 이사야의 예언대로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제 주인이 놓아 준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구나”(1,3)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동방박사들은 성탄 후 12일째인 주님 공현 대축일에 아기 예수 옆에 등장한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탄을 축하하는 또 다른 상징물은 ‘트리’이다. 트리는 일반적으로 사시사철 푸른 잎의 나무로 만들어진다. 트리의 푸른 빛이 변하지 않는 영원과 부활을 뜻하기 때문이다.
트리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고대 로마 축제 행렬에서 촛불을 단 월계수 가지 장식 등을 사용하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와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 빛나는 별 아래 상록수 한 그루가 서있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전나무에 별 모양과 촛불 등으로 장식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은 16세기에 시작됐다. 초기에는 사탕과 과일 등으로 장식해 ‘사탕나무’라고도 불렸지만 19세기 말부터 유리장식과 전기조명 등으로 다양하게 장식됐다. 금종이로 만든 각종 장식들은 생명의 열매를 상징하며, 초나 전구 등은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라는 부활초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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