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세계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 2위에 입상한 김은진(세레나·34)씨는 자신을 ‘봄로야’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필명인 ‘봄로야’는 동생이 만든 만화캐릭터 ‘로야’라는 이름에, 계절 ‘봄’(spring)과 ‘보다’(see)라는 뜻을 붙여 만들었다.
130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2위라는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이런 특별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픽디자이너 옥기헌(36)씨와 함께 작업한 이번 크리스마스 씰은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동식물’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한결핵협회 봉사자분과 얽힌 인연으로 씰을 만들게 됐어요.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동식물을 공부하고 특징을 살려 만들었지요. 씰을 연구하면서 옛날 추억도 피어나고 요즘 동심도 알 수 있던, 참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반달가슴곰과 가문비나무, 사향노루와 설악눈주목, 수달과 산개나리 등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모습이 담긴 씰은 특별한 구성으로 많은 점수를 받았다.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 컨퍼런스가 매년 마련하는 이 대회는 201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그는 ‘일러스트레이터’지만, 글도 쓰고 노래도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출간한 몇 권의 책에는 자신이 쓴 수필과 그림, 작사·작곡한 음반이 담겨있다. 그림에는 자신과 많이 닮은 여성이 주로 많이 등장한다.
“제 그림을 보고 비주류와 주류의 경계, 소녀와 여자와의 경계가 보인다고 얘기들 하세요. 어쩌면 그림에 제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담담한 그림들을 많이 그리게 되니까요.”
모태신앙으로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내던 신앙은 대학에서 가톨릭 동아리 활동을 하며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만난 친구들과 계속해서 인연을 쌓으며 작업하는 과정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는다. 최근 종교의 사회적 참여가 ‘위로’로 다가서는 것을 보며 자신도 그림과 글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어느 날 홍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때 ‘깜짝 방문’을 해준 삼촌 모습이 감동과 사랑이자, 자신의 예술을 신앙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힘이라고 했다.
“2009년 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나’를 드러내려고 노력했는데, 이젠 ‘나를 너무 드러내려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이 생겼어요. 씰 또한 작가인 제가 알려지기보다, 씰 자체로 많은 곳에 퍼져나가 좋은 일로 귀결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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