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영성을 나누기 위해 수도자들이 수도원 문을 열었다. 수도자들이 기꺼이 내어준 수도원 공간은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들에게 사랑받는 문화영성공간이었다. ‘봉헌생활의 해’를 지내며 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공평동 분원에서 운영하는 카페 ‘베네인’과 서울 마리아의딸수도회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을 찾아갔다.
“수녀님, 저 왔어요!”
“어서와, 잘 왔어!”
서울 목동 마리아의딸수도회. 오늘도 강옥 수녀는 청소년들을 맞이한다. 중·고등학생들이 하교하는 7시 경이면 수도원 지하가 청소년으로 가득하다. 춤을 추는 이, 노래하는 이, 악기를 연주하는 이, 책을 읽는 이,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이까지 그 모습도 각양각색. 바로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대표 강옥 수녀)의 모습이다.
청청청은 지역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문화공간이다. 청소년들은 밴드 연주, 풍물놀이, 댄스, 뮤지컬 등을 배우거나 연습하기 위해 이 공간을 활용할 뿐 아니라, 청청청이 운영하는 인문학과 미디어 강좌나 학습지원, 수도원 체험 등의 심성·인성 계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도 한다.
수도회는 2010년 총회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자’고 뜻을 모아, 이용 빈도가 높지 않은 수도원 지하공간을 청소년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수도회 창립자인 아델 수녀가 부엌문을 열어 동네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재봉 등을 가르쳤듯이 수도원을 이 시대의 소외된 계층인 청소년들에게 내어주고자 한 것이다.
수도회는 청청청이 청소년들에게 진정 필요한 공간이 되길 바랐다. 우선 청소년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지하공간을 방음시설이 된 연주실에서부터 벽면 전체가 거울로 된 댄스연습실, 도서실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청청청을 유지하기 위해 매월 전기·냉난방비만도 100만 원 이상 들어가지만, 청소년들에겐 무상으로 청청청을 열어준다. 대신 수녀들은 허리띠를 더욱 조여야 했다. 하지만 청청청으로 인해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갈 곳 없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가 생긴 것이다. 매주 청청청을 찾는 청소년의 수는 약 100여 명, 학교 축제 기간에는 주 평균 150여 명이 이용한다. 청소년 사이에 입소문을 타 지금도 청청청을 찾는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방과 후 갈 곳이 없어 떠돌던 청소년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한 부모 가족의 자녀, 장애아들도 많이 찾고 있다.
2년째 청청청을 이용하고 있다는 김진현(17)양은 “전에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길거리를 걷거나 노래방을 다니는 등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청청청에서 친구들과 춤도 추고 놀 수 있어 재미있다”며 “청청청은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했다.
지역사회 안에서 ‘수도자’를 친숙한 존재로 변화시킨 것도 청청청이 가져다준 변화다. 청청청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90%는 비신자로 수도원 방문은커녕 수도자를 만나본 적도 없던 청소년들이다. 비신자 청소년이 찾자, 그 부모들도 청청청을 찾고 있다.
청청청에서 처음 수녀를 만났다는 송찬미(15)양은 “수녀님은 대하기 어려운 분들이라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정말 편한 분들”이라며 “늘 챙겨주시고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수도회는 지역 아동센터 등 지역 기관·단체와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 활동하고 있다. 소외된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청청청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과 수도원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강옥 수녀는 “청청청이 활성화되면서 수도원 성탄미사를 종교에 관계없이 지역주민과 함께 하고, 청소년 문제로 아픔을 겪고 이는 부모를 수도회 공동체 미사에 초대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청청청의 활동이 봉헌생활의 해에 더 의미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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