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의 해」로 설정된 금년도 사순절을 맞아 본보는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협의회가 주관, 서울대교구 사목국이 후원하는 사순절 특별강론을 실어 증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자 한다.「우리는 다 그 증인입니다」(사도 2, 32)를 대주제로 열리는 서울대교구 사순절 특강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명동성당에서 5주에 걸쳐 열리는데 이번호는 지난 3월 2일 실시된 김수환추기경의「선교 3세기, 그 증인은 누구인가」를 수록해본다.
「한국교회 선교 제3세기、그 증인은 누구인가」、이 주제는 우리가 벌써 맞이하고 있는 복음선교 제3세기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말하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이 주제는 바로 평신도들이 성직자나 수도자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신앙의 증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우리 겨레의 복음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소망을 담고 있다.
본래 성직자없이 평신도로 시작된 한국교회는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는 헌신적인 열성으로 복음의 사도역할을 다했다.
지난해 교황성하는 문화인과의 만남과 광주 강론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강조하셨고 우리 선조들이 그리스도를 목말라한 나머지 그분과 하나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음을 강조하셨다.
그리스도께 대한 갈증과 사랑없이 우리는 복음선교를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전하고 증가해야할 복음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박해하다 그분께 사로잡힌 사도 바오로께서는 그분 없이는 살 수 없으며、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필립비3ㆍ8、로마서 8ㆍ35~39 참조)
사도 바오로의 이 말씀은 우리 순교선열들이 지녔던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순교선열들에게 있어서도 모진 박해도 굶주림도 헐벗음도 온갖 모욕과 멸시、인간 이하의 유린과 탄압도 피흘림과 죽음까지도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떼어놓을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믿음이 특기할만한 것은 첫째 이미 믿음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죽음의 위험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임을 알고도 교리를 배우고 영세、입교했다. 이들에게는 교리를 배울때 이미 순교가 시작됐던 것이다.
둘째 그분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알고 신자들이 형제자매가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서로 사랑하면서 반상이나 빈부의 구별없이 형제적인 사랑의 유대를 쌓아나갔다.
셋째 신앙선조들은 스스로 믿음을 찾고 공부하였으며 아무런 보상도 인정도 바라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우리 신앙선조들은 하느님 말씀을 참생명의 말씀으로 여기고 그 말씀에 대한 굶주림、갈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 말씀이 자신의 살과 피가 되도록 아끼고 사랑했으며 천주교를 금하는 중에서도 틈나는대로 전교했다.
교황 성하께서도 광주강론에서 신앙과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사랑을 지닌 선조들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그리스도를 따라 남을 위해 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바로 우리에게 복음화 제3세기의 증인은 누구이며 또 어떻게 증거해야하는지를 말씀해주는 해답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제3세기가 어떻게 나타나든지 두려움과 주저없이 이 세기를 향해 복음의 증거자가 돼야한다.
복음화 3세기는 오늘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점에서 볼때도 그렇게 밝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적이며 부정과 불의가 구조악을 이루고 있으며 과학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인간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가난한 병고 등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점차로 늘어갈 추세에 있다.
비인간화、인간이 인간다와지지 못하는 현상이 더욱 촉진되는 제3세기에 우리는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모든 이에게 자애로우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한다.
그리스도를 따라사는 것은 힘든일이며 큰사랑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것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싫어하는사람、나아가 원수까지도 용서하는 그런 사랑을 사는것이다.
이런 용서와 사랑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참된 인간이되며 우리 자신을 구원하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구원할 수있고 복음화시킬 수 있다.
교황성하는 방한 마지막날 젊은이와의 만남 강론에서 젊은이들이야말로 한국교회 제3세기 복음의 증거자들이 될 사람임을 의식하고 그러한 사도가 되도록 격려했다. 동시에 불의를 불의로 폭력을 폭력으로 악을 악으로 대항하려는 젊은이들이 빠질 수 있는 유혹을 경계할 것을 말씀하셨다.
이 강론 마지막에서 교황성하는『관용과 극기와 기도의 길을 걸어가도록』젊은이들에게 당부하셨다.
이 모두가 말하기는 쉬워도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자비를 본받아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는 나를 비워야 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끊임없이 그분을 바라보고 사랑하며 십자가까지 따라갈 때 한국교회 선교 3세기의 복음증거는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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