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과 불의로 거룩한 생명을 훼손한 우리의 죄악에 대해 ‘참회’하고, 시장독재가 불러온 탐욕의 무한질주로 희생된 사회적 약자들을 ‘기억’하며, 구원과 해방의 기쁜소식을 기다리는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정성환 신부)은 12월 30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주례로 ‘참회·기억·연대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노동사목위원회와 빈민사목위원회, 사회교정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사목위원회 등 5개 위원회 공동주관으로 마련됐다.
수도자와 평신도 등 100여 명이 함께한 이날 미사에서 박동호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가난하고 무력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다버리는 사회는 결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없다”며 “불신앙을 드러내는 징표란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거나,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삶을 내다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또 “마리아와 요셉, 시메온과 한나, 세례자 요한 등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본 성경의 인물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힘없고 약하며 보잘 것 없는 이들”이라며 “수많은 비정규직·해고노동자들,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과 (살해) 피해자 가족들, 인간의 탐욕 앞에 놓인 하늘·땅·강·바다의 생명들, 국가적 무능과 폭력으로 희생된 세월호 유가족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구원과 해방의 기쁜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이 아닌지” 되물었다.
이어 박 신부는 “정치를 왜곡해 인간존엄과 공동선을 휴지조각처럼 짓밟고 훼손하는 이들, 경제를 왜곡해서 무수한 사람을 자본의 독재 하에 신음하게 하고 그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도록 사방의 문을 틀어막는 이들, 정보를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시민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이들, 이 땅의 정치·언론·지식사회·종교 등지에서 저마다 갖고 있는 권력으로 경제적 이익을 탐하고 이익 카르텔을 구축하는 이들이 비구원과 억압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교회의 이름을 내걸고 신앙을 내세우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외면한다면, 교회와 신앙이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편이 정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과 한국가톨릭문화원(원장 박유진 신부)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지난 2014년 8월 제작한 ‘어두움에 빛을’ 동영상이 시연되기도 했다.
영상에는 ▲세월호 사건 ▲용산 참사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사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미해결된 사회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 사회사목국 5개 위원회 ‘참회·기억·연대’ 미사
서울 사회사목국 5개 위원회 주관
“약자·공동선 위해 교회 나서야
발행일2015-01-11 [제2927호, 7면]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5개 위원회가 12월 30일 오후 7시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참회·기억·연대 미사’를 공동주관으로 봉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