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터에 서 있던 인중에서부터 입술 끝까지 갈라져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모여 있던 아이들 가운데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인사를 나눌 때에 그냥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저를 반겨주던 마을사람들이 나무의자를 가져와 자리를 권하고, 교리교사가 마을 추장을 데려와 소개시켜주었지만 저의 관심은 온통 그 아이에 쏠려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말로만 듣던 언청이구나.’ 인중에 흉터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언청이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태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태아 얼굴의 좌측과 우측 부위가 따로 형성되어 결합되는데, 그 결합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태어난 아이를 언청이라고 부른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언청이’란 단어의 어감이 왠지 보통 사람과 구별짓는 말인 것 같아서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지만, 좀처럼 그 단어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리 좀 와보렴, 너 이름이 뭐니?” 친구들과 있던 그 아이에게 말을 건네니, 모두가 “와~”하며 깔깔 웃어댑니다. 친구들이 웃으니까 그 아이는 더 자신 없는 표정으로 물러섰습니다. 아이들이 없을 때에 따로 말을 건넬걸 그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외모 때문에 자신 없어할 필요는 없어”라고 애써 격려해주고, 가까이서 그 아이를 보니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밥 먹을 때나 말할 때, 숨쉴 때에도 불편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다행히 아강그리알에는 성형외과 전문의이신 요셉 형제님이 계십니다.
아강그리알에 돌아와 요셉 형제님께 그 아이의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요셉 형제님께서는 언청이 수술이 까다로운 수술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시며 흔쾌히 그 아이의 수술을 맡아주시기로 하셨습니다.
2주일 후, 부모님과 함께 아강그리알에 온 아이는 긴장된 표정으로 진료소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수술에 무척이나 긴장했는지 “아픔을 참으면 신부님처럼 잘생겨질 수 있어”라는 나름 재미있는 농담에도 웃질 않았습니다.
이윽고 수술 시작, 2시간이 넘게 걸린 수술이 끝난 후 아이의 얼굴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거울을 가져와 본인의 얼굴을 비춰주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지 연신 눈을 껌벅입니다.
수술을 곁에서 도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 비로소 미소를 보이는 아이.
아마도 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성탄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 언청이 소년의 수술 전 모습
▲ 언청이 소년의 수술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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