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교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소중한 전통인 이 ‘공동체 정신’, 친교의 공동체로서 신앙을 실천하는 이 모습이 우리 다음 세대인 어린이·청소년·청년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이 본당 공동체 전체와 분리돼 주일학교 시스템 안에만 머물러 있게 되고, 그 주일학교를 통한 자녀 신앙 교육의 중요성마저 부모들에게 점차 잊히면서, 어린이·청소년·청년들이 본당 공동체 혹은 주일학교의 친구 공동체를 만나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 문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였던 ‘공동체’는 사회적으로도 더 이상 체험할 곳이 많지 않다. 현대의 물질·개인주의는 공동선을 위해 개인의 불편을 다소 감수하면서 유기적인 인간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을 불필요한 것처럼 여기도록 만든다. 어려서부터 이런 개인주의 문화와 공동체의 결핍 속에 자라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설명할 수 없는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불안해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관계를 맺는데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이들 세대가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살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등 성인들에게 ‘비인간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본질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 즉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시각장애를 체험하고 있는 청소년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미 젊은이들의 참여가 저조한 오늘날 본당 현실에서 이 ‘공동체 생활’ 요소를 어떻게 살려나갈 수 있을까? 첫째, “이미 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1테살 5,11)” 할 것이다. 즉 이미 본당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동체로서의 삶을, 복음에 기반한 사귐과 나눔 안에서 더욱 꾸준히 살아가는 것이다. 신앙과 삶을 진솔하게 나누는 성인 공동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둘째, 젊은 세대가 신앙 공동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그들이 공동체에 왔을 때 반겨주고 환영해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부담스럽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자리에 초대해주고 또한 그들의 참여와 기여를 기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공동체 생활’ 구성 요소를 실천하는 데는 사실 화려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 형제애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