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성도 모르는 순교자를 찾기 위해 애를 좀 썼죠.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찾고 또 찾았습니다.”
이기화(레오·81·전주교구 고창본당)씨가 지난 1월 2일 전주교구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최여겸(마티아) 순교복자의 개갑장터 순교사건에 대한 연구 단초를 제공하고, 증거자료를 발굴했으며, 그 사실을 널리 알려 시복과 개갑순교성지 조성에 큰 역할을 한 공로다.
“우연히 개갑장터에서 참형을 당한 서학 순교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하신 분께서 ‘당신은 고창문화원장이니 그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알아봐줄 수 있겠나’라 했고, 그 일을 계기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개갑장터 성지 조성에 일등공신인 이씨가 최여겸 복자에 대해 알아보게 된 계기는 우연 아닌 우연이었다.
1963년 9월 1일 설립한 사단법인 고창문화원의 설립자이자 원장으로 45년간 열성을 다해 향토사를 전공한 이씨. 그에게 고창 지역 역사에 대해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개갑장터에서 치명한 순교자가 있다는 단서만 들은 이씨는 장터 근처 노인정을 돌며 수소문 했다. 그 결과 순교자가 전주 최씨라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교구에 물어봤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씨는 직접 서울 명동성당 자료실을 찾아갔다. 김수환 추기경의 배려로 한 사람의 전문위원과 함께 일주일 간 관련 자료를 찾고 또 찾았다. 마침내 순교자의 이름과 순교 일자를 비롯한 자료들을 찾아냈고, 그 자료가 바탕이 돼 개갑장터는 고창군 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됐다.
“내가 해오던 일인 향토사 자료조사를 한 것뿐인데 이렇게 공로패를 받았어요. 가톨릭신자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고, 제가 발견한 사실이 공인되는데 도움을 주신 교구장님과 고창본당 주임 신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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