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프랑스어 교수로 재직 중인 소령 이강호(노바토)입니다. 활기차게 시작된 2015년 한해에도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졸필인 제가 새로운 필자로 ‘병영일기’에 기고를 하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15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사관학교 교수로서 생도들을 가르치며 다짐했던 신앙생활을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진솔히 풀어가겠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연인과 함께 거닐며 함께 맞는 눈은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합니다만, 군대에서 휘날리는 눈발은 치열한 ‘제설작전’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군대에서는 ‘눈’을 우스갯소리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끝도 없이 떨어지는 눈이 얼마나 싫겠습니까?
우리 병사들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원망하며, 총을 내려놓고 빗자루와 각종 제설도구를 들고 일사분란하게 눈을 쓸고 또 씁니다. 그러면 어느새 온몸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속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군 생활을 해보신 예비역 선배님들은 모두 이런 짜릿한(?)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15년 전 소대장 시절, 크리스마스에 폭설이 내려 성탄절 미사 참례를 제설작전으로 대신한 아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우리 소대원들은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하루 종일 연병장의 ‘쓰레기들’을 치우고 또 치웠습니다. 쓸고 쓸어도 계속 쌓이는 눈이 얼마나 미웠는지 모릅니다. 그때 지친 우리 병사들을 격려해 주시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주신 군종신부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신부님께서 직접 나누어주신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초코파이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동행하신 수녀님과 성당 자매님들은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우리 소대원들을 사랑스럽게 보듬어 주시고, 살갑게 대해 주셨습니다.
군대 가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껴입어도 춥다’고 합니다. 우리 병사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국토수호와 평화유지라는 고귀한 소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해 주님께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병사들이 군 복무 중에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고, 신앙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도록 참된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내시고 밤낮으로 아들의 건강을 노심초사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아시는 독자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아들들이 그리스도인답게 모든 역경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고, 이들이 부여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맡은 바 본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영육간의 건강을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많은 신자분들께 청합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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