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비록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쓰라린 체험을 했다 할지라도, 앞으로 변화되기 위해 똑같이 몇 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살아계신 그분과 함께 살겠다는 믿음이 여러분을 살리게 될 것입니다.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요한 15,11)이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언제나 기쁨 가운데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1월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를 방문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성은 신부)가 1월 6일부터 나흘간 개최한 겨울 신앙학교의 파견미사를 집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3년 8월 서울대교구 총대리 조규만 주교가 이곳을 방문한 바 있지만, 추기경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1975년 5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방문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미사에 앞서 황철규 범죄예방정책국장과 한영선 서울소년원장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 240여 명 가운데 68%가 결손가정 출신이라는 설명을 전해 들은 염 추기경은 “가정이 깨져나가고 있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염 추기경은 학생들과 함께한 파견미사 강론에서 줄곧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위로했다. 특히 노예시장에 다섯 차례나 팔려 다니며 자신을 무시하고 학대해온 주인만 모셔오다 예수님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 성녀 요세피나 바키타(1869~1947)의 사례를 들려주며 “예수님께서 목숨을 바쳐 사랑한 여러분 각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임을 의심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오는 4월 세례를 준비하고 있는 김재식(가명·21)씨는 “추기경님 말씀대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저도 더욱 사랑하며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2급을 취득한 뒤 직접 만든 더치커피를 미사에 앞서 염 추기경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고봉중·고등학교 내 천주교 종교활동에 적극적인 김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1급에 도전하기 위해 퇴소를 5월로 연기했다.
임호순 신부(살레시오청소년센터 성무감)는 “천주교를 모르던 학생들이 신앙학교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면서 세례를 받으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나흘 동안 수사님들과 봉사자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사랑이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를 주제로 열린 이번 겨울 신앙학교에 참가한 신자와 비신자 50여 명의 학생들은 ▲우리(6일) ▲가족(7일) ▲나(8일)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9일) 순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 안에서 닫힌 마음의 문을 하나둘 열어나갔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교정시설에 있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봉중·고등학교가 창립된 지난 1990년부터 여름·겨울 신앙학교를 진행해오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 고봉중·고(서울소년원) 방문
‘하느님은 사랑’… 추기경과 함께 기도한 소년원생들
서울교정사목위 겨울 신앙학교 파견미사 집전
김수환 추기경 이후 40년 만의 추기경 방문
“어떤 처지에서든 사랑받는 존재 의심하지 말기를”
발행일2015-01-18 [제2928호, 7면]
▲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김재식(가명·21)씨가 겨울 신앙학교 파견미사에 앞서 염수정 추기경에게 직접 만든 더치커피를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