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서는 4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예언서입니다. 그럼에도 극적인 묘사들과 장면들이 많아 많은 예술가들이 소재로 삼기도 했던 성경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피해 배를 타고 달아나고 바다에서 큰 폭풍을 만나 요나의 뜻대로 폭풍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를 바다에 던집니다.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한 하느님은 그곳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요나를 살려내시고 그에게 다시 소명을 부여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듣는 말씀은 이 일들이 있은 후에 요나에게 내리는 두 번째 소명입니다. 니네베에 가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들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요나 예언자의 이야기에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선포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포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회개의 가능성입니다. 결국 요나서는 하느님의 선포를 듣고 회개하는 이들을 받아들이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회개의 주제는 복음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에 선포되는 말씀은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입니다. 마르코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첫 번째 선포는 바로 회개를 통한 믿음입니다. 회개를 나타내는 그리스어가 갖는 원래의 의미는 ‘생각을 바꾸다’입니다. 좀 더 넓은 의미로는 벗어난 길에서 생각을 바꾸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회개는 단순히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좀 더 긍정적인 의미로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 믿음을 향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바꾸는 것이 회개입니다. 그렇기에 마르코 복음이 회개하고 믿으라는 말씀 이후에 제자들을 부르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회개가 갖는 폭넓은 의미를 잘 나타냅니다. “나를 따라오너라”는 부르심에 ‘곧바로’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제자들의 모습에서 회개가 무엇인지,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습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씀은 여전히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생각을 바꾸어 복음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복음을 믿을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는 것은 모든 신앙인들에게 필요한 자세입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가치들, 내가 확신하던 여러 가지 생각들, 이 모든 것들은 복음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복음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씀과 함께 오롯이 주님께 충실하라고 권고합니다. 사라져가는 세상에 얽매이지 말고 주님을 충실히 따르라고 권고합니다. 회개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바오로 사도의 권고 역시 생각을 바꾸어 복음을 믿으라는 복음의 선포와 내용적으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회개할 수 있다는 것은 은총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부족한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본기도의 내용처럼 ‘우리가 서둘러 회개하고 온 마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주님을 따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희망입니다. 제자들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물’은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여러 조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물을 버리는 것은 기존의 생활 방식을 버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제자들이 고기를 낚는 사람들에서 사람을 낚는 이들로 바뀌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생각을 바꾸는, 복음을 따를 수 있도록 나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기회일 것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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