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좋은 마음으로 양보 했지만 도리어 욕을 하는 아주머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지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3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리가 아프다며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양보했는데, 우연히 같은 정거장에 내렸고 앞서 걸어가는 그 아주머니는 하이힐을 신고 전화를 하며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 아프시다면서요? 그래서 자리를 양보해드렸는데 하나도 안 아프시네요”하고 말씀드렸더니 막 화를 내고 욕을 하면서 “꺼져!”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좋은 일 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지만 저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2 요셉)
A. 살아가면서 만나는 불편한 감정들, 행복한 삶을 사는데 방해만 됩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기쁨에서 행복을 찾아보세요.
요셉이 참 어이없는 일을 당했군요. 저도 어른이지만 가끔은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답니다.
몇 일전 요셉의 이야기에 관해 살레시오독서미디어스쿨 ‘중고생을 위한 리더교육’에서 토론했습니다. 첫 번째 반응은 모두들 흥분하며 그 염치없는 아주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남학생은 “그런 사람은 한 대 쳐버려야 한다”면서 “남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몇몇 친구들이 거기에 동의했습니다. 좋은 방법일까요? 친구들이 흥분하는걸 보니 ‘요셉도 이렇게 화가 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 흥분의 목소리가 오가고 있을 때 어떤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그분과 똑같은 수준의 사람이 되는 거 아닐까요?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걸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대학생 멘토가 손을 들었습니다. “그분 정말 아팠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하이힐을 신는데 발이 많이 아프거든요. 그런데 최대한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하지요. 우리가 마음을 볼 수 없으니 거짓말이었을 거라는 생각하기보다 물을 때 어떤 태도였는지도 중요할 듯합니다. 다만, 욕을 하며 꺼지라고 한 것은 잘못입니다.”
또다른 멘토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리더답게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사람은 때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가끔 그러거든요. 아마 그분이 그런 날 아니였을까요? 물론 욕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멘토 선배들은 달랐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멘토가 필요한 이유이지요. 선배들의 말과 ‘그렇게 하면 우리도 똑같은 수준의 사람이 된다’는 여학생의 말이 모두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합니다. 여학생의 말대로 똑같이 흥분하는 태도는 곤란할 듯해요.
요셉이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은 사실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랍니다. 요셉을 위해서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화나고 짜증스럽고 불편한 감정들은, 삶을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데 많은 지장을 주고 방해합니다. 이성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주고 용서하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훌훌 털어버릴 때, 우리는 훨씬 더 자신을 잘 성장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기쁨은 우리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평화롭고 기쁨의 상태에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더 잘, 더 멋있게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한보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죄를 짓지 않는 한 최대한 기쁘게 사십시오.” 기억하세요, 기쁨에는 우리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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