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석촌호수에 설치된 고무 오리 ‘러버덕’이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많은 이들이 작품을 통해 ‘치유’의 감정을 느꼈다는데 있다. 러버덕의 작가 프로렌타인 호프만도 “물 위에 다정하게 떠 있는 오리를 보자면 저절로 치유가 된다”며 “러버덕은 전 세계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치유의 속성을 지녔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자칫 ‘돈’으로만 환산될 수 있는 예술을 ‘대중’을 위한 예술로 전환,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 가톨릭 안에서도 늘어가고 있다.
50여 년 동안 ‘여체’를 주제로 국전 대상과 문신미술상 등을 수상,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온 고정수(프란치스코) 작가는 최근 ‘곰’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선다.
그는 그동안 작업해온 주제인 ‘여체’를 과감히 ‘곰’으로 변화시켰다. 우리의 모습을 닮은 귀여운 ‘곰’에는 위안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하트’를 머리 위로 그리는 곰, 새총을 매고 있는 ‘새총곰’, ‘사이좋게 지내자!’며 소녀를 안아주는 곰 등 작가의 곰들은 보고 있기만 해도 익살스럽고 평화롭다.
그는 “가끔 ‘여체 조각하다가 웬 곰이냐’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며 “예술작품은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의미와 감동을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 작가는 자신의 ‘곰’을 보고 박장대소하는 관객을 보며 계속해서 ‘곰’을 조각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따라서 대리석과 브론즈 등의 재료를 확장시켜 공기조형물을 만들어 이동성과 친근함을 높였다. 미세한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관객의 미소를 떠올리며 작업을 계속했다. 현재 그는 양평 현대 블룸비스타에서 초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작품은 관객과 더불어 호흡하는 것은 물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우리와 닮은 ‘곰’을 보면서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고뇌에서 벗어나 웃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진섭(요셉) 작가 또한 동물과 인체 등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가나아트센터에서 동물과 인체를 주제로한 ‘행복한 조각전’을, 2013년 서울 국제조각페스타에서는 친근함을 주제로 한 전시를, 2007년에는 동물나라전을 여는 등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해학과 즐거움이 묻어난다.
‘오토바이를 타고 웃는 소’의 모습에는 소가 끄는 짐수레를 타고 놀았던 유년시절의 미안함과 소에게 함께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오토바이의 손잡이 또한 관객들이 직접 돌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두 작가 모두 ‘만지지 마세요’라는 간판을 떼어내 작품과 친해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들은 이러한 작품이 갖는 따스함과 관객에 대한 배려가 ‘신앙’에서 비롯됐다고 믿고 있다. 더불어 작품이 시각예술임과 동시에 촉각예술로 다가서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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