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리랑카를 다녀온 한국 카리타스 사무국장 이종건 신부는 당시 방문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실론티로 유명한 나라 스리랑카는 1983년부터 26년 간 이어진 내전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전쟁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지역사회는 황폐해졌고, 많은 이들이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지에 가서보니 그곳 사람들에게 식량권 문제는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살려달라는 절규였죠.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라는 핑계로 굶주린 이웃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신부는 절실한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냉랭한 국내 반응에 놀랐다. 지난 1년 간 국제 카리타스와 전 세계 회원기구 164개가 함께 지구촌 기아퇴치 캠페인을 벌였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60~70년 전만 해도 가난에 허덕이던 우리사회가 기아에 고통 받는 이들의 절규에 귀를 닫아 버린 것이다.
“교회가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해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지 않는 교회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행히 한국교회는 사랑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름 없는 수많은 후원자들이 카리타스 캠페인에 동참했고, 그들의 작은 마음들이 모여 지난해 37억 원을 기아퇴치를 비롯한 해외 원조에 지원했다.
이 신부는 앞으로 10년 간 진행될 지구촌 기아퇴치 캠페인에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때 가난했고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돼 있으면서도 많은 나라를 돕는 한국교회를 보면서 가난한 나라의 교회들이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유럽과 미국교회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마음을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웃나라를 도와주는 것으로 갚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기아퇴치를 위해 한국교회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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