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이해하기 쉬운 명상집이다. 주제는 ‘잠심’이다. 우리말 사전에는 잠심이란 ‘어떤 일에 대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함’ 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힘을 말하여 흔히 “비워라, 버려라, 내려놓아라”하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비우고 내려놓아야 할지, 나아가 버린 후에 어떠한 유익이 있는지를 우리는 잘 모른다. 저자는 ‘비운다’ 함은 진공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운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잠심을 말하여 “분심과 잡념을 알되 내면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잠심의 차원에 이르기 위해 인내와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대안에까지 이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우리가 세상에 살며 피할 수 없이 겪게 되는 수많은 마음의 갈등, 분노, 싸움, 그리고 여기서 얻어지는 상처와 편견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스러울 수가 있는가를 우리 주변 일상의 예화를 통해 쉽게 풀이해준다. 이 자유를 통해서, 아니 이 자유를 통해서만이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고(저자는 영적 진화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기도의 궁극 목표인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길잡이의 책이다.
마지막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제목에서 밝힌 ‘나를 넘어’까지는 친절한 안내가 되었으나 ‘그 너머’라는 풀이까지에는 못 미친 것이다. 인내의 훈련인 잠심도 결국은 ‘저 너머’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면 우리는 달리기의 최종 목표인 경기장에까지 마음을 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영적 평화, 침묵과 고요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자칫 영적 침체와 공허에 빠질 수 있다는 말씀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모든 추구의 목적은 하느님과의 만남,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에 이르는 것과 사랑의 실천이 명상집의 결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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