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봉헌 생활의 해가 개막됐다. 수도자 관련 내용이 담긴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과 수도 생활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50주년을 기념하며, 이 시대의 봉헌 생활이 갖는 의미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시기에 맞이하는 봉헌 생활의 날(2월 2일)을 앞두고, 봉헌 생활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다양한 봉헌 생활
교회는 정결과 청빈, 순명이라는 세 가지 복음적 권고를 서약하고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삶을 봉헌 생활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은총에 의해 신성한 것이 되는 삶을 강조하기 위해 ‘축성 생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헌 생활의 뿌리는 세상과 철저하게 격리되어 침묵과 기도, 참회와 고행으로 하느님 찬미와 세상 구원에 자신을 바친 은수자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에는 수도회를 비롯해 재속회, 동정녀회, 사도생활단 등을 모두 봉헌 생활회에 포함시키고 있다.
수도회는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봉헌 생활의 한 양식이다. 청빈·정결·순명의 복음적 권고를 서약하고 일정한 규칙(회칙과 회헌)에 따라 공동생활을 하며 하느님의 영광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고유한 사도직 활동을 실천하도록 교회 관할권자에 의해 교회법적으로 설립된 회(교회법 제607조)를 의미한다.
수도자들은 예언자적 목소리로 교회 쇄신을 이끌고, 세상에 끊임없이 영성을 불어넣어 교회의 ‘심장’으로 비유된다.
재속회는 세상 안에서 살면서 하느님 나라 건설과 복음화를 위해 힘쓰는 봉헌 생활회다. 재속회 회원들 역시 수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복음적 권고를 서원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수도회는 장상이 맡기는 소임을 행하지만 재속회 회원들은 각자 직업 혹은 사도직을 갖고 세속에서 애덕을 실천하다는 것이다.
수도 서원 없이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위해 공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사도 생활단이라고 한다. 한국 외방 선교회, 파리 외방 전교회 등 선교회가 여기에 속한다. 사도 생활단은 회헌에 따른 의무 외에도 성직자의 공통 의무도 수행해야한다는 특징이 있다.
봉헌 생활의 날이 갖는 의미
봉헌 생활의 날은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제정됐다. 이는 ‘교회와 세상 안에서의 축성생활과 그 역할’을 주제로 열린 제9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1994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으로 발표한 사도적 권고 「봉헌생활」을 통해 “교회는 새롭고 활성화된 봉헌 생활의 영성적, 사도적 공헌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봉헌 생활의 날이 갖는 의미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봉헌 생활이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은혜이자 선물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봉헌 생활에 대한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봉헌 생활자들이 자신의 소명을 보다 생생하고 거룩하게 기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데 있다.
또한 주님 봉헌 축일에 봉헌 생활의 날이 기념되는 것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님 봉헌 축일은 예수 성탄과 공현을 마무리하는 주일이다. 전례력에 따르면 성탄 시기는 공식적으로 주님 세례 축일로 마무리되지만, 예수 성탄 대축일에서 꼭 40일이 되는 날인 주님 봉헌 축일도 예수 탄생과 깊이 연결돼 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낳고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성전에 바친(루카 2,21-24) 것을 기념하는 날이 바로 주님 봉헌 축일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교회는 4세기 말 이날을 축일로 제정했으며, 5세기 중엽부터는 초봉헌 행렬을 시작했다. 7세기 후반에 이르러 로마 교회에서도 이 축일을 기념하게 됐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날 1년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한다. 초 봉헌은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셨듯이 우리도 주님과 일치하여 나 자신을 봉헌한다’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전에 봉헌된 사건은 교회와 세상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바치는 봉헌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마리아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성부께 바치는 교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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