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벙어리들을 위하여, 버림받은 모든 이들의 권리를 위하여 입을 열어라. 입을 열어 의로운 재판을 하고 가난한 이와 불쌍한 이의 권리를 지켜 주어라. (잠언 31, 8-9)
청소년사목의 여러 구성 요소 중에서 교리교육, 기도와 전례, 복음말씀 선포, 공동체 생활, 정의와 봉사 등은 교회의 기본 직무와 직접 연결되는 요소들로, 그 대상을 청소년·청년으로 삼는 것 이외의 핵심 내용은 교회 사목의 구성 요소와 거의 같다. 하지만 이 ‘옹호’(Advocacy)라는 구성 요소는 그와 달리, 포괄적·통합적 청소년사목만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옹호’를 청소년사목의 구성 요소로 처음 제안한 것은 미국 교회로, 그 내용을 보다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옹호’의 사전적 의미인 “두둔하고 편들어 지킨다”(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준) 중에서도 ‘Advocacy’라는 영어 단어가 강조하고 있는 세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dvocacy는 어떤 생각이나 행동 노선, 신념 등에 대해 단순히 같은 편에 서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변호하는 것, 특히 정치·경제·사회 구조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직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개인이나 지역사회의 올바른 권리를 수호하거나 혹은 그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운 약자들의 필요를 대변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교회는 바로 이러한 옹호의 영역이 청소년사목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필요하다고 봤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째, 교회 안에서 또한 사회 안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청소년·청년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그들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대변해주며, 또한 약자인 젊은이들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러 가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흐름에 맞서 싸우는 것. 둘째, 젊은이들 스스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작고 힘없는 사람들, 어린이, 젊은이, 노인들, 환자 혹은 어려운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직접 옹호하며, 젊은이들의 정당한 권리를 존중하고 수호하는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개발하는 데도 그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측면을 통해 성인 공동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회 사목 안에서 소외되기 쉬운 청소년·청년 세대와 그 가정들을 우선적으로 돌보는 것, 또한 교회 공동체가 함께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이는 곧, 교회 안의 모든 세대가 청소년·청년 사목에 함께 참여하고, 젊은 세대와 그들의 가정을 튼튼하게 키우는 데 교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며 그로써 청소년·청년들을 교회와 사회 복음화의 일꾼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포괄적·통합적인 청소년사목’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해 ‘옹호’ 구성 요소는 포괄적·통합적 청소년사목의 시선을 갖추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미래를 위해 젊은 세대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작 청소년·청년과 그들의 가정을 돌보기 위한 실질적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주저하는 한국교회. 젊은 세대의 목소리와 필요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기보다는, 그들의 작은 의견을 쉽게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은 오늘날의 한국사회.
청소년·청년 사목 자체의 중요성을 인정받고 우선적인 재정 지원을 받으며, 교회 공동체 전체의 관심 속에 청소년·청년과 그들의 가정을 양성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이 마련되는 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는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옹호’ 구성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조재연 신부는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으로 있으며,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청소년사목위원회 전문위원,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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