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의 시작에서 욥은 이렇게 소개됩니다. “그 사람은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이였다”(욥 1,1). 이런 욥에게 지속적으로 시련이 닥칩니다. 그리고 욥기는 이것이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일이라고 알려줍니다. 욥기는 의로운 욥이 온갖 고통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법을 따르고 정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 닥쳐오지만 욥은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굳건히 걷습니다. 그 안에서 욥기는 세상사의 덧없음과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그 내용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에서 한 부분을 듣습니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품팔이의 나날과 같지 않은가?” 이 모든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하느님은 전능하시다는 것과 오로지 그분께만 희망을 둘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소개되고 체험된 하느님은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통해 드러납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지속되는 예수님의 행적은 이것을 증명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의 장모를 치유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본 사람들은 예수님께 병든 이들과 마귀들린 이들을 데려오고 고쳐주기를 청합니다. 카파르나움에서 벌어진 이 일들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일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께서 곧 하느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분의 말씀과 행적은 결국 하느님의 구원을 드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소식은 카파르나움 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고 선포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찾아 나선 제자들은 예수님께 마을로 돌아가기를 청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한 곳에서 사람들의 시중을 받으며 머물러 있는 것이 인간적으로는 더 적절해 보이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위해 길을 떠납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서 복음 선포의 자세를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은 모든 이들에게 선포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선교의 가장 큰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는 선교의 가장 모범적인 예를 바오로 사도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마치 바오로 사도의 독백처럼 들립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복음 선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선교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복음을 위해 스스로 다른 이들을 섬기는 종을 자처하고,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일을 하며 선교 여행을 하던 바오로 사도에게 복음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희망은 복음에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이 모든 일을 합니다. 나도 복음에 동참하려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모든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합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을 선포하는 이들입니다. 물론 복음 선포가 어떤 행동이나 말로써 신앙을 증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복음 선포는 넓은 의미에서 하느님을 드러내는, 예수님의 구원을 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가장 힘 있는 선교는 삶을 통해 드러나는 복음입니다. 복음이 우리의 삶에서 조금씩 실천될 때, 그것을 통해 우리의 신앙을 가장 잘 증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복음을 실천하는 것, 구원에 참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복음 선포의 첫걸음입니다. 신앙생활 안에서 누리는 기쁨과 행복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이태리 로마 성서대학(Pontificio Istituto Biblico) 성서학 석사학위를, 독일 뮌헨 대학(Ludwig-Maximilians-University Munich) 성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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