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가는 가운데 교회 내 어린이집의 우수한 인성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교사의 과도한 업무, 가난한 이들과 멀어진 보육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폭행이 논란이 되자 정부는 CCTV 확충과 아동학대 신고 포상금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유아교육 전문가와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민간 어린이집의 급격한 확대로 빚어진 비전공자 보육교사 양산,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된 무상보육 등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의 대책들은 부모와 교사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려 어린이집의 기능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반면 교회 내 유아교육 시설은 부모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수도자장상연합회 유아교육분과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교회 내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는 부모의 86%가 자녀의 인성 및 종교생활에 도움을 준다며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부모는 아무도 없었다.부모들이 교회 내 어린이집을 믿고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성교육이다. 교회 내 어린이집은 유아가 자신과 이웃, 자연,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며 그리스도적 인격을 완성한다는 가톨릭유아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 이념에 따른 교육은 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다.
또 교사 채용에 있어 ‘인성’, 특히 가톨릭교육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유아들은 설명에 의한 교육이 아닌 경험, 감각 등을 통해 체득하는 만큼 인성을 갖춘 교사와 함께하는 것 자체로 인성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울 가명어린이집 홍경미(레지나) 원장은 “유아들은 말하지 않아도 곁에서 보고 느끼며 배우기 때문에 인성적으로 성숙한 교사를 채용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신뢰를 받는 교회 내 어린이집이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다.
최근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에서 유아기관 종사자의 노동 강도를 조사한 결과 교회 내 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노동 강도가 가장 높다고 나왔다. 보육교사는 유아와 잠시도 떨어지면 안 되는 업무 특성상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에 속한다. 화장실을 갈 개인시간도 없어 방광염, 요로감염 등에 걸리기 일쑤다.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유아를 위해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노동 강도를 더 높인다는 것이다.
노동으로 쌓인 스트레스는 그대로 유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교사 선발에 자질을 우선시하기에 학대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다만 “유아와 늘 함께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표현하지 않아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 보육교사들의 설명이다.
교회 내 어린이집 이용자가 고학력·고소득층이 주를 이룬다는 것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장상연 설문결과에 따르면 교회 내 유아기관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의 학력은 94%가 대졸 이상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연소득 역시 절반에 가까운 부모가 5000만 원 이상으로, 유아의 부모인 30대 층 평균 연봉이 3401만 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교회가 운영하는 유아기관이 과도하게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소외계층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윤은주(요안나) 교수는 “종교를 막론하고 학력과 경제력이 높을수록 교회 내 유아기관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 본의 아니게 ‘부자교회’의 모습이 됐다”면서 “이제 교회가 이룬 우수한 유아교육을 취약계층을 위해서 펼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기획] 교회 내 어린이집 현실 점검
우수한 인성교육에 부모들 ‘주목’
전인적 유아 발달 이끄는
교회정신 바탕의 교육 호평
과도한 교사업무 등은 문제
취약계층 배려도 필요
발행일2015-02-08 [제2931호, 2면]
▲ 교회 내 유아교육 시설은 가톨릭 이념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 등으로 신뢰도가 높지만,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와 소외계층이 배제된 문제 등은 해결돼야 할 과제다. 사진은 서울 가명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