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0일, 서울 아산병원 수술실. 부자(父子)가 나란히 수술대에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한집에 사는 가족이지만 쉽사리 만나기 어렵다는 고3 수험생과 그의 아버지였다. 이날 아버지는 아들의 간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으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7~8년 동안 간경화로 고생하던 오재일씨(바오로·47·대구대교구 포항 지곡본당)는 대입수능시험을 80여 일 남겨둔 고3 아들 용석(요한 보스코)군의 간 70%를 이식받았다. 오씨의 부인 임영순(바울라)씨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비췄다.
“참 암담했습니다. 매일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뾰족한 수가 없어 온 가족이 남편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식을 받는다 해도 건강이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이야기만 할 뿐, 수술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임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의료진을 설득하고 자신의 간을 남편에게 의식할 수 있도록 몸도 만들었다. 매일 6시간씩 걸으며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길 기도했다. 그 모습을 아들과 딸이 지켜보며 엄마를 응원했다.
수술날짜는 다가오는데 남편의 상태는 악화됐다. 병원에서는 임씨 보다는 아들 용석군의 간을 이식한다면 좀 더 낫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용석군은 머뭇거림 없이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청했다. 아버지 오재일씨는 반대했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수험생 아들은 수술대에 올랐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아버지의 건강을 찾아 드리고 싶었고, 당연히 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용석군은 수술후유증으로 힘들어했다. 그리고 그 해 대입수능시험에서 원하던 성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회복도 덜 된 몸으로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해 치른 2015학년도 대입수능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 당당히 합격했다. 또다시 아버지 오재일씨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용석군은 “아버지께서 병상에 있을 때 주위 여러분들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셨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며, 사랑하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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