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핵발전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핵발전의 문제에 일찌감치 눈을 뜬 광주대교구는 1989년 영광핵발전소 3ㆍ4호기 추가건설 반대운동을 통해 이 문제를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목영역 안으로 끌어들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도 영광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을 펼치며 힘을 실었다.
핵발전의 위험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3년 무렵이다. 영광 1호기에서 근무하던 김철(마르코)씨가 방사능 피폭으로 쓰러진 뒤 백내장, 하반신 마비 등의 증상으로 투병하다 사망했다.
1990년대에는 강원도 삼척지역이 핵발전소 건립 논란에 휩싸였다. 원주교구와 삼척지역 시민사회가 주축이 된 반대 운동으로 1998년과 2005년 핵발전소 및 핵폐기장 건설이 무산됐다. 하지만 2010년 다시 핵발전소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삼척 유치 계획이 부상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정평위는 지난 1993년 10월 핵발전과 환경을 주제로 1차 세미나를 열어 핵발전의 구체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대구대교구 사목국은 1997년 경주 핵발전소 월성 원전 2호기의 중수 누출과 관련, 경주 핵발전소 조기 폐쇄를 촉구했다.
교회는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에너지 절약과 이를 통한 생태계와의 화해에서 찾았다. 천주교환경연대는 2005년 대림시기를 맞아 「하느님의 선물, 에너지」를 발간, 핵발전의 위험성과 대체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후 각 교구를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2011년 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광주대교구 정평위는 2011년 4월 영광핵발전소를 방문, 핵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정평위는 같은 달 열린 총회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의식개혁 운동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2012년 11월 한국·일본교회 주교단은 경북 경주에서 ‘탈핵’을 주제로 제18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을 열고 탈핵ㆍ탈원전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2013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후에는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핵발전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성찰」을 펴내며 핵발전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내놓았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자연을 온전히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핵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후대에 무책임하게 물려주는 것은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는 인류가 지속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탈핵을 넘어 대안을 찾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핵발전 방식은 소비지 거주 주민의 편리함과 산업시설 지역과 관련 산업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지와 송전탑 지역 주민의 불편함과 고통을 강요하는 비윤리적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편리함을 내세워 핵발전에 의존하는 한 힘없는 이들의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결국 그리스도적 가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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