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각 대학에서는 학위수여식, 즉 졸업식이 열린다. 졸업식의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학위복과 학사모다. 검은색 계열의 긴 가운과 모자. 어쩐지 수도복을 연상하게 하는 이 복장은 실제로 교회의 성직자 복장에서 유래했다.
학위복은 현재 졸업식에서만 입는 복장이지만, 서양 중세 대학에서는 일종의 교복이었다. 중세 대학의 학생들은 대학들이 설립되기 시작한 12세기경부터 검은 색이나 갈색 계열의 길고 두꺼운 가운 형태의 옷을 입었다. 대학들이 이런 옷을 교복으로 사용한 것은 대학의 모태가 된 성당학교의 관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성당학교는 원래 성직자나 수도자를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한 기관으로 후기에는 평신도들도 교리와 문법을 배우는 곳으로 변화했다. 이때 평신도 학생들도 성당학교의 학생으로서 성직자·수도자와 같은 복장으로 학교에 다녔는데, 이 습관이 대학에 이어진 것이다.
학사모도 성직자의 복장인 비레타에서 유래한다. 성당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은 재학생복과 쉽게 구분되도록 교복보다 긴 가운과 비레타를 착용했다. 비레타는 성직자들이 쓰던 사각 형태의 모자다. 오늘날 비레타를 착용하는 습관은 사라졌으나, 지금도 추기경 서임식에서 수여되고 있다. 학사모는 시간이 흘러 비레타와 다른 모습으로 변했지만, 비레타의 사각형 형태를 따르고 있다.
중세 이후 대학생들의 복장은 점차 간편한 형태로 변했지만, 졸업생을 위한 학위복은 대체로 당시의 형태를 유지했다. 학위복이 교회 정신과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위 자체의 위상과 권위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이어온 각 학교의 학위복을 고수했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국도 1893년 프린스턴 대학 이사인 존 제임스가 만든 규칙에 따라 공통적으로 학위복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08년 최초의 현대식 고등교육기관인 제중원의 제1회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학위복과 학사모를 쓴 이래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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