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이 되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를 찾는다.
마치 들에 핀 하얀 민들레처럼 꾸밈없는 그들은 도예를 배우러 일주일에 한 번씩 나의 작업실을 찾아온다. 그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는 가르침보다도 그들에게서 오히려 배움을 얻었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낀다.
그들은 대건(노인)대학의 도예동아리 학우들이다. 함께한 시간이 어느새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흙을 만지는 그들의 자세는 아직도 어느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나는 가끔 수업을 시작하는 말로 식사여부를 여쭙곤 한다. 하루는 점심반찬으로 무엇을 드셨느냐는 질문에 한 분이 이렇게 답한다.
“선생님, 오늘 먹은 다섯 가지 반찬 중에 1개라도 기억하면 그래도 치매는 아닙니다.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린다고 말하면 경도치매이고, 먹고도 절대 안 먹었다고 우기면 중증치매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새파랗습니다.”
이 우스갯소리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 멋진 흰 머리에 당당한 자신감, 늘 밝은 모습으로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그들의 함박웃음에서 빛이 난다.
평일미사에 참례하면 제단에 올라 복사 시중을 드는 학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미사는 늘 아름답고 거룩하게 느껴진다. 매일 미사 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시는 그들이 젊은 신앙인들보다 더욱 빛나는 까닭은, 그리스도가 이미 그들 영혼의 온전한 벗이 되어 그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리라.
나는 그들에게 도자기를 빚는 작은 가르침을 나눠줄 뿐이지만, 그들은 도리어 나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엄청난 위로와 깨달음을 준다. 그들은 나의 작업세계를 빛의 길로 인도하는 통로이다.
예수께서 골고타 언덕을 오르며 십자가 수난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그분은 아들에게 다가간 어머니 마리아를 오히려 위로하셨다. 나에게 주어진 작은 봉사 하나에서 나는 그와 같은 위로를 느끼고 있다. 그것은 은총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루카 6,38) 이 말씀을 깊이 새기며 오늘도 흙을 통해 빛의 길을 열어 주시는 하느님 은혜에 감사하며 작품 하나를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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