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경험을 깊이 공감해야 합니다. 사례를 모아 우리 지역의 가난함이 어떤 것인지 알고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향상과 빈민지역의 한국적 지역사회공동체 형성을 위해 헌신해 온 박문수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는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동등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는 발전했지만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질병·사고로 인해 경제활동을 못하는 경우를 비롯,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가난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박 신부는 “현대의 가난은 경제 성장 중심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기술 부족과 자원 개발을 못해 겪었던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새로운 빈곤의 형태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현 시대의 가난함은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태를 뜻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경제 여건이 받쳐줘야 합니다. 한 예로 같은 초등학교 학생 두 명이 있습니다. 한 아이는 학원을 다니고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는데, 한 아이는 형편이 어려워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이런 아이를 보는 부모 또한 힘듭니다.”
박 신부는 IMF로 인해 한국 중산층이 많이 줄었고, 이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어 경제적 여건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다니던 회사원이 IMF 때 회사가 위축되면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IMF 전에는 중산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다세대주택에 살며,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가난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기업체 중심 성장이 아닌 노동자와 상생하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취업난은 물론, 비정규직과 일용직 등 취업을 해도 불리한 입장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적 가난을 예방하고 인식의 전환을 위해 연대하자는 것이다.
그는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가난과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지원을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가난한 이들은 교회를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경제적 활동으로 인해 교회 활동 참여 여건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 신부는 자신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가난한 신자들은 사회 계층 향상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고, 일부는 선교본당이나 작은 본당 보다는 큰 본당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난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사회논리의 구조가 교회 안에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본당이나 기업·단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단순히 모금활동을 펼치고 전달하는 것 또한 가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며 동등한 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신자들이 가난한 이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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