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이 무너지고 불황인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아버지’를 찾는다. 가족의 가치와 개인의 안전을 위해 기댈 수 있는 아버지는 특히 요즘 같은 세태에 모성애보다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들은 고단하고 힘들다.
가정의 수호자, 성 가정의 가장인 성 요셉은 보편적 아버지상으로서의 풍모를 지닌다. 3월 성 요셉 성월, 흔들리지 않는 아버지 요셉 성인의 영성은 험한 세상을 헤쳐갈 돛이다.
삶의 무게에 처진 어깨
IMF 금융위기 당시 아버지들은 ‘가시고기’였다. 다시 찾아온 경제위기와 세월호 참사로 극대화된 불안의 시대에 아버지들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사회 현실이 문화를 빚어내듯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문화는 ‘아버지’에 주목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세상에 치이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들을 그린다. 영화 ‘국제시장’은 1950~1960년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아버지의 무조건적 희생을 그렸다. TV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시한부 아버지의 찡한 부성애, ‘허삼관’은 매혈로 생계를 잇는 처절한 아버지를 담았다.
예능은 따뜻한 부성을 묘사한다. ‘아빠 어디 가’로 시작된 ‘아버지 육아’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권위적이 아닌, 다정다감한 부성애로 공감을 준다.
광고는 더 감각적이다. 퀵서비스 아빠를 외면한 딸에게 건넨 “우리 딸 미안하다 빗길 조심히 오려무나”, 평범한 아빠의 일상 뒤에 오는 카피 “당신보다 더 큰 집은 없습니다”.
요구는 많아지고 기대는 어깨들은 더 무거워졌다.
가정과 교회의 수호자
놀랍게도 요셉 성인은 ‘아버지’에 대한 시대적 공감과 기대에 정확하게 부응한다. 성경에서 요셉은 두 군데, 마태오복음 1-2장과 루가복음 1-2장에서만 언급되지만 교회는 그를 ‘마리아의 남편’이자 ‘예수의 아버지’, 따라서 ‘하느님의 아버지’로 제시한다. 그래서 요셉은 곧 나자렛 성가정의 가장이다.
성가정의 가장으로서 요셉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보호했다. 마리아의 임신을 알고 파혼하기로 작정(마태 1,19)했지만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알고 아내로 맞는다. 법대로 사는 ‘의인’이었지만 율법주의에 빠지지 않고, 율법의 완성인 사랑의 계명을 따른다. 여러 차례에 걸친 고단한 여정에도, 집 나간 예수에 당혹할 때에도, 그는 오직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써 성가정을 지켰다.
아버지로서 요셉은 예수를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공생활 전 30년 동안 요셉은 경건한 삶을 가르쳤다. 바오로 6세 교황은 1969년 요셉을 일러 “예수가 30년 동안 지켜보고, 3년 동안 선포했던 복음은 바로 성 요셉”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돌봄 아래에서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랐다.”(루카 2,52)
무엇보다도 그는 의로운 사람(마태 1,19)이었다. 마리아의 임신을 조용히 덮고 파혼하려 했던 것이 그의 ‘의로운’ 행동이었듯이, 사랑으로써 마리아를 받아들인 것 역시 율법을 완성하는 사랑에 바탕을 둔 ‘의인’의 결정이었다.
당시 ‘의인’은 법대로 사는 사람, 하느님의 봉사자,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창세 7,1. 18,23-32 에제 18,5 잠연 12,10 참조), 또는 이웃에게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토비 7,6. 9,6 참조)을 의미했다. 억압과 고통, 당혹과 혼란 속에서도 요셉은 ‘의인’으로서, 하느님을 믿고, 구원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으로써 성 가정의 가장으로 살았다.
그리하여 요셉은 성 가정의 수호자, 더 큰 가족인 교회의 수호자가 됐다. 레오 13세 교황은 1889년 회칙(Quamquam pluries)을 통해, “성 요셉이 성가정의 모든 것을 보필하신 것과 같이 가톨릭교회를 보호자로서 가호해주신다”고 선언했다.
한국교회는 성 요셉을 성모님과 함께 주보로 모신다. 가족의 보호와 배려의 모범인 성 요셉은 오늘날처럼 불안과 혼돈의 시대에 모든 아버지들이 본받아야 할 표본이다. 먹고 살기 팍팍할 때, 희생과 헌신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세속주의와 물질주의, 극도의 개인주의에서 가족과 교회를 수호하고 하느님의 뜻으로 이끌 참된 모범 가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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