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 아이들이 겪은 그 고통을 기도 중에 함께 해요.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니까 우리 아이들을 끌고 나와야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는 그 고통이 너무나 아파요.”
광주대교구가 사순시기에 앞서 발간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십자가의 길 기도문이 광주대교구는 물론 수원교구와 다른 교구에서도 봉헌되고 있다.
기도문은 세월호 참사로 주님 곁으로 떠난 고(故) 박성호(임마누엘)군의 어머니 정혜숙(체칠리아·안산대리구 선부동성가정본당)씨가 사고 당시부터 희생자들을 거두는 상황까지를 묵상하면서 작성했다.
“저는 기도문을 쓸 생각이 없었어요. 피멍들고 찢기고 못 박혀 너무 고통스러워서 글로 쓸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팽목항에서 광주대교구 최민석 신부님이 노틀담수녀회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희생자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주면 어떻겠느냐 제안을 하셨어요.”
좋은 기도문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희생자 부모의 마음을 담고자 노력했다.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퇴고할 생각도 못한 채 넘겨준 기도문은 함께 기도한 모든 이들의 마음도 울렸다.
“유가족들은 이 기도문으로 기도하는 것을 너무 고통스러워해요. 그래서 일부러 십자가의 길을 하는 시간을 피해있기도 해요. 많은 신자들이 이렇게 아파하는 저희와 함께 해주셨으면 해요.”
진도 팽목항의 매일 오후 4시 미사와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 천주교 부스의 8시 미사 전에는 ‘세월호 십자가의 길’이 봉헌된다. 광주대교구 홈페이지 알림마당 자료실 세월호 관련 게시판에서 PDF 파일로 받거나 SNS를 통해서 기도문을 접하고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이들도 있다.
“주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의 구원까지도 계획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의 희생이 우리 사회의 병폐를 없애고 우리를 구원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믿어요. 우리 시대의 커다란 십자가인 세월호에 매달린 희생자들이 모두 내려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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