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하나에 기대어 신앙인들 마음 안에서 희망의 빛을 본다.
그 빛을 알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갑자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내가 감히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는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이미 내게 찾아온 크나큰 은총의 놀라움이 교차했다. 그러나 용기를 냈고 그 용기는 이제 나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밝혀 주고 있다.
어떠한 고민거리, 사심, 의혹과 같은 불편한 마음이 찾아오면 내게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각자무치(角者無齒)’. 이것은 조물주께서 사슴과 같이 멋스러운 뿔이 있는 짐승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을 주지 않았고, 사자와 호랑이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맹수에게는 아름다운 뿔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다.
옹기장이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뜻에 따라 지으셨다.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저마다 필요한 은총을 받았다.(에페 4,7) 이 말씀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과 고단한 마음에 위로와 희망을 준다.
때때로 나는, 흙을 빚는 노동에서 오는 피로와 땀으로 엉망이 된 작업 후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편히 살아도 될 것을…, 왜 애써 이 힘든 일을 하며 사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십자가’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은총이며, 바로 그 때문에 진정한 ‘나’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은총은 시작이며 내가 지닌 잠재적 빛이다. 나의 달란트는 아직은 희미하지만 분명 내 안에서 빛나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빛을 발하기 위해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이제 나는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 할 지라도 그분께서 공평한 사랑으로 우리 안에 살고 계심을 의심치 않는다. 사순시기의 끝자락에서 나는 부활을 기다린다. 부활은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승리이며, 우리의 희망이고 영원한 빛이다. 용기를 내어, 십자가가 아닌 내게 주어진 고유한 달란트로 희망의 빛을 밝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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