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성요셉성월이다. 신앙성조들은 ‘원죄 없으신 마리아’가 조선교회의 공동주보성인이 되기 전부터 요셉 성인을 주보로 받아들여 공경했다. 아버지를 가장(家長)으로 여기고 존중하던 전통이 성가정의 가장이었던 요셉 성인의 공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앙선조들에게 아버지는 가장이자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를 가르치는 신앙의 전수자였다. 성요셉성월을 맞아 교구가 현양하는 신앙선조들의 삶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봤다.
신앙선조들은 하느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섬겼다. 당시 사회는 신자들이 부모와 임금을 무시하는 가르침을 따른다고 말했지만, 신자들은 더 큰 효를 말했다.
전통적으로 존중하던 충효(忠孝)의 가치를 하느님께 드리고자 했던 것이다. 신자들은 하느님을 “큰 임금이며 큰 아버지”, 바꾸어 말하면, “가장 위대한 임금이며, 모든 이들의 공통된 아버지”란 뜻에서 대군대부(大君大父)라고 고백하며 대충대효(大忠大孝)를 드려야 함을 중시했다.
여주에서 순교한 복자 이중배는 옥중 생활 중 그의 아버지가 찾아와 “백발이 성성한 아비를 버리고 죽고자 하느냐”고 말하자 오히려 아버지를 설득했다. 복자는 “효성의 본분을 결코 잊지 않았다”면서 “혈육의 정만 생각한다면 제 행동이 옳게 보이지 않겠지만 천상의 일을 생각해볼 때 우리 공동의 아버지이며 우리의 왕이신 주님을 배반하는 것이 과연 옳겠느냐”고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섬겨야 함을 강조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던 신앙선조들은 아버지로서 자녀들의 신앙을 이끌었다.
복자 정약종은 자녀들에게 교리를 전해 자녀인 복자 정철상, 성 정하상, 성 정정혜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굳은 신앙을 가지게 해줬다.
복자 정철상은 아버지에게 신앙인으로서 본분을 배우고 그의 모범을 본받아 빠르게 영적 성숙을 이뤘다. 지극한 효성으로 아버지의 옥바라지를 하던 정철상은 아버지의 뒤를 따라 순교했다.
정약종이 순교할 당시 정하상은 7세, 정정혜는 5세로 두 성인은 정약종에게 직접 교리교육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약종이 남긴 「주교요지」는 자녀들의 신앙을 이끌었다.
정하상 성인의 「상재상서」는 천주교가 진리임을 역설하면서 천주교 탄압이 부당함을 주장했는데 이 교리 설명은 「주교요지」와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도 신앙을 삶으로서 보여준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김제준 성인은 선대에게 받은 신앙을 아들 김대건 신부에게 물려줬다. 성인은 할아버지 복자 김진후와 작은아버지 복자 김종한에게 교리를 배우고 성 모방 신부를 찾아가 세례와 견진을 받았다. 은이공소 회장을 역임하던 성인은 장남 김대건을 사제로 키우자는 모방 신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성인은 아들의 유학 사실이 드러나 잡히자 “서양인을 데려온 것과 자식을 외국에 보낸 것은 모두 천주를 공경해 받들려는 까닭”이라고 고백하며 순교했다.
최경환(프란치스코) 성인도 자신의 삶으로 최양업 신부의 신앙이 뿌리내리게 했다.
성인은 가족들과 신앙생활을 위해 전전하다가 수리산에 정착해 교우촌을 만들어 교리를 가르치고 함께 묵상하며 기도하며 살다 순교했다. 이런 삶의 모습은 아들인 최양업 신부에게 큰 영향을 줬다.
후에 최양업 신부는 “아버지는 자주 묵상을 하고 신심서적을 대했으며, 언제나 종교와 신심 이외의 것은 말하지 않았다”면서 “아버지의 말에는 힘이 있고 설복시키는 능력이 있어 모든 이에게 천주의 사랑을 심어줬다”고 아버지의 신앙생활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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