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기질을 타고난 그들은 자신들의 재산 1호인 소를 더 소유하거나 지키기 위해 약탈과 복수전을 반복합니다.
인접한 마을 간에 사람들이 서로 소를 뺏고 되찾는 과정에서 늘 폭력과 살인이 빈번히 발생하지만, 발 벗고 나서야 할 경찰과 주정부에서는 뒷짐을 지고 도무지 개입하려고 하질 않습니다. 중재에 나서도 늘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늘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양측 모두가 상대편이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가족을 죽였으니 우리도 그들 가족을 죽여야만 한다’는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생각은 복수의 결과로 희생될 무고한 생명에 대한 죄의식을 잊게 만들고 그들을 극단적인 폭력으로 몰고 갑니다. 복수를 할 때에는 일가친척 마을사람들까지 동원하고, 정작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때에는 내 탓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도망가는 사고방식이 계속되는 한, 끝없이 반복되는 싸움은 멈출 길이 없어 보입니다.
어느 날 미사 강론 중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한국 속담을 들어 폭력을 피하고 용서와 화해의 노력을 하도록 마을 사람들에게 충고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사람들의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처럼, 이곳에서 또한 힘이 약한 사람들 혹은 상대에게 얕보인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복수하지 않으면, 상대는 우리를 얕보고 다음에도 똑같은 일을 행할 것입니다’라고 흥분하며 말하는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를 권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서로 강함을 드러내려는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폭력적이 되어가고 증오와 두려움이 점점 그들의 삶을 채워가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올해에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약탈과 복수전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마을을 떠나야 했지만, 그 누구도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안타까워할 뿐입니다.
이번 사순시기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용서로 폭력을 이긴 예수님의 수난사건을 깊이 묵상하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은 인간의 증오와 폭력의 정점을 드러낸 사건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는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잃고 슬픔과 증오에 가득 차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사람들을 저의 힘만으로 막을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과 위로를 발견하는 날, 그들은 자신들의 비극을 끝낼 해법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에서 전하고자 하는 기쁜 소식이겠지요.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복수의 총부리에서 눈을 돌려 십자가 위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했던 반복되는 전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 총을 들고 있는 딩카족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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