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교육의 역사 / 정신철 지음 / 163쪽 / 1만 원 / 돈보스코미디어
“각 시대별로 등장한 교리교육 방법론은 당시 교리교육에 관심이 있던 이들의 사목적 열정과 고민의 결과입니다. 우리 앞에 산재한 교리교육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한 발짝 물러나 사안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과거 교회가 어떻게 교리교육의 문제를 풀어왔는지 역사적 기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리교육을 전공하고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신철 주교(인천교구 총대리)가 시대별 교리교육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교리교육의 역사」를 펴냈다.
정 주교는 신학교에서 교리교육을 가르친 경험과 일선 사목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노하우를 토대로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주제를 오늘날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한국교회 안에서 교리교육의 역사를 다룬 책은 드물었다. 교리교육 전문가 부재도 원인이겠지만, 당장 교리교육에 대한 해답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굳이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겠느냐는 비판 때문이다. 정 주교는 이 책에서 ‘왜 교리교육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말문을 연다.
“이 책은 단순 역사의 나열이 아닙니다. 다양한 교리교육 방법이 탄생한 각 시대상황과 문화배경을 살펴보면서, 현재를 사는 우리가 어떤 교리교육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하도록 돕는 책입니다.”
현재와 무관한 역사는 없다는 게 정 주교의 기본 입장이다. 각 시대별로 고유한 특징을 지니는 교리교육 방법들이 오늘날 상황과 대화할 수 있을 때, 현대 교리교육이 직면한 난제들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정 주교는 이 책에서 2000년 교리교육의 역사를 8개 장으로 나누고, 각 장 말미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라는 제목으로 2~3개 질문을 수록했다. 이 질문은 정 주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 부분으로, 각 시대별 특성이 오늘날 우리 상황에 어떤 자극과 전망을 열어주는지 탐구하고 나눌 수 있게 배려한 결과다.
“시대별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한 교회가 고민했던 부분은 오늘날 교회가 고민하는 부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교회는 여러 어려움을 신앙으로 극복했습니다. 신앙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찼을 때 교리교육은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오늘날에는 신앙에 대한 열정이 많이 부족해졌어요.”
정 주교는 이 책에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사실이나 역사적 연표의 나열을 극도로 절제하며 8개 장을 통해 시대별 사회·문화·교회적 상황을 개괄한다. 고전 교리교육에서 현대 교리교육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상황 안에서 어떤 교리교육 방법론들이 등장하게 됐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셈이다. 시대별 교리교육에 대한 다양한 교회문헌들도 직접 번역해 대폭 수록했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이 시대에 내가 있었다면 어떤 방법으로 교리교육을 진행해 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신앙 유산을 전해주는 작은 교회인 가정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신앙교육의 흐름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오늘날. 교회 내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유일하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지는가 하면, 심지어 신앙교육마저 자격증처럼 몇 번 이수하고 끝내는 과정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리교육의 역사」는 역사 흐름 안에서 신앙을 전달하려는 교회의 열정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교리교육은 신앙을 전달해주는 나눔입니다. 나눔의 마음 없이 교리교육은 올바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3년 동안 사목방문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책을 펴냈지만, 부족한 내용 때문에 이 작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를 위한 자료는 남겨야하겠기에 앞으로 이 작업을 기초로 후학들이 더 많이 채워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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