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강원도 속초 교동성당. 이춘선(마리아·향년 95세) 할머니의 장례미사가 봉헌됐다. 고인은 춘천교구 사제인 오상철(원로사목·영동지구 고해신부)·오상현(김화본당 주임)·오세호(운교동본당 주임)·오세민(청호동본당 주임) 신부의 모친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4형제 신부를 아들로 뒀다.
미사 중 고인의 고별사를 하던 오세민 신부가 갑자기 선글라스를 쓰자, 성당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 신부는 “어머니가 장례미사에 온 분들을 웃기라고 했다”고 선글라스를 쓴 이유를 말했다. 장례미사를 온 이들이 밝게 웃길 바란 마음을 아들 신부가 이뤘다. 고인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자신의 장례가 슬프기만 한 자리가 아니길 바랐다. 그래서 생전에 장례미사곡도 직접 고르고, 자신의 영정 앞에 “국화보다는 장미를 놓아주길” 말하기도 했다.
오세민 신부는 고별사를 통해 “어머니는 생전 늘 믿음과 교리를 강조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얼마 전부터는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음에 안타까워하셨다”면서 “이 안타까움을 영정에 적어 장례식장을 찾은 분들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주길 부탁하셨다”고 말했다.
장례미사는 교구 사제단이 함께 집전했다. 비단 4형제 사제의 어머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춘천교구는 고인을 교구 신앙의 증인으로 존경해왔다.
고인은 공산정권 아래서 당시 양양본당 주임인 고 이광재 신부의 허락을 받아 공소 교리교사로 활동했다. 6·25전쟁을 거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앙을 물려줬다. 그의 신앙생활은 7남1녀 중 4형제는 사제로, 딸은 수녀로 성소의 길을 걷도록 이끌었다. 지난 2006년에는 친손자인 오대석 신부(춘천교구 내면본당 주임)도 사제로 서품됐다.
사도좌방문으로 로마에 있던 김운회 주교도 서한을 통해 “고인은 정말로 아름답게 사셨으니 하느님께 가셨을 것”이라며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로마에서 다른 주교들과 함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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