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상적 활동은커녕 단체의 존립조차 어려운 독재정권 아래에서 전방위적 인권 옹호활동과 부당한 정권에 저항해왔습니다. 최근 서유럽이 우즈베키스탄의 인권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도 상을 주시니 큰 힘이 됩니다.”
‘우즈베키스탄 인권연합’(Human Rights Alliance of Uzbekistan, 이하 우즈벡 인권연합)에서 활동하는 아들라이다 김(Adelaida Kim·64·사진)씨. 제18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우즈베키스탄까지 쫓겨난 고려인으로, 2007년부터 우즈벡 인권연합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옐례나 우를라예바(Elena Urlaeva·58) 우즈벡 인권연합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의해 출국 비자를 받지 못해 회원인 그가 대신 수상했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에도 아동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아동의 강제노동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정부는 소련 치하에서부터 목화농장을 직영하는데, 매년 가을 수확철이 되면 중·고교 학생들을 동원해 축사 같은 캠프에서 합숙시킵니다. 목화 수확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죠. 학생들은 교육권을 박탈당하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됩니다.”
우즈벡 인권연합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유일하게 아동인권을 다루는 단체다. 우를라예바 대표를 비롯, 활동가 50여 명은 아동인권 뿐 아니라 공권력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고문과 강간 등 다양한 국가폭력을 끊임없이 고발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해왔다.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며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2007년 우를라예바 대표 등 10명의 여성들이 아동인권을 위해 정부 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피켓시위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이기만 하면 머리끄덩이를 잡혀 끌려가는 상황에서 시위를 한 것이죠.”
이 같은 인권운동 결과는 터무니없었다. 활동가들은 당국이 고용한 용역들에 의해 구타·구금당하거나 정기적으로 끌려가 정신병동에 감금됐다. 우를라예바 대표 역시 정신병동에 감금돼 강제로 정신과 치료약물을 복용해야만 했다.
매달 80달러 연금을 받으며 무료로 인권 법률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델라이다 김씨 역시 피켓 시위로 25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벌금 지급을 거부해 무려 3년간 연금 지급정지를 당했다. 다른 활동가 역시 비슷한 핍박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인권개선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에게 ‘저는 오늘 몇kg의 목화를 재배하겠습니다’라는 봉사활동 페이퍼를 제출합니다. 겉보기에는 강제노동이 아니라 국가와 학교를 위해 기여하는 형태죠.”
세계 5위 목화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하얀 황금’으로 여겨지는 목화재배의 이면에는 반인권적 아동착취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목화밭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우즈베키스탄의 학생들을 기억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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